몇 년전 하루의 단상을 MSN 대화명으로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열정도 없다.
꿈꾸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애쓰지 않아도 내일이 와요.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할때 매일의 단상을 적었다. 매일 한다는 것이 자유로운 상상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자유롭게 하려 한 생각이 나를 가두는 것 같다. 자유롭고 싶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루의 단상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리 녹녹하지않다. 나의 상태, 기분을 드러낸다는 위험부담도 있다. 하지만 솔직하고 싶다. 삶에 대하여 솔직하고 싶다. 그래야 좀 더 좋은 아빠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해묵은 단상을 다시금 꺼낸 이유는 까칠맨님의 2009년 블로그 꾸려나가기 작성해 보기..를 보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 산물이다. 블로그에 대한 거창한 운영(?)이나 심지어 경영(?)이란 말은 나에게 적절하지 않다.
블로그에 '대화명으로 표현한 하루의 단상'처럼 진솔한 나의 생각을 적고 싶다. 리뷰를 하여도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라고 말하고 싶다.
싫으니 적지않는 것은 더 많은 나 같은 피해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내가 홍길동도 아니고 '호부호형'을 못하겠는가.
2004년 5월 17일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오려나....
외롭다
이 말 한마디
하기도 퍽은 어렵더라만
이제는 하마
크게
허공에 하마
외롭다
오늘은 특히 외롭고 스잔한 맘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의 단상을 대화명으로 표기한다는 이런 좋은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2004년 5월 18일 날씨는 개이고 맑아 보인다.. 한데...
꿈꾸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애쓰지 않아도 내일은 온다
2004년 5월 19일 날씨가 좋다.
오랫만에 개인 하늘을 보는 것 같구나..
나는 다만 이 시대에 감전된 것이다
새까맣게 타버린 오장육부
이건 한 시대에 헌납한 아주 작은 징세에 불과하다
나는 나를 부르는 곳으로 나갔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2004년 5월 20일 날씨가 구물구물 하다.
비가 내릴것 같은 잔뜩 흐린 날씨다. 내 맘처럼 우울하게....
소경의 피리소리가
외롭다.
마음 변해도
사랑은 남는다
그 시간
진실했으니
세월 지나도
추억은 빛난다
머물지 않았으니까
그 웃음 기억해
그 눈물 묻을게
심장에 간직할게
2004년 5월 21일 날씨가 맑고 좋다.
며칠만에 따뜻한 아침 햇발을 보는것 같다.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2004년 5월 22일 날씨가 넘 좋다.
기상예보는 믿을 수가 없다. 비가 온다고 해서 일정을 취소했는데...
날씨가 이렇게 좋다니..
"관" 비슷한 곳에 사는 X의 이야기는 믿을게 없네...
네 얼굴이
애린
네 목소리가 생각 안 난다
어디 있느냐 지금 어디
기인 그림자 끌며 노을진 낯선 도시
거리 거리 찾아 헤맨다
어디 있느냐 지금 어디
2004년 5월 24일 날씨가 아직 모른다. 지금은 새벽...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MSN 대화명을 매일 바꾸기로 한지 며칠이 지났다.
자유롭게 할려고 한 생각이 나를 가두는 것 같다. 자유롭고 싶었는데...
2004년 5월 25일 날씨가 ...
덥지도 않고 선선하고 날씨가 좋을것 같다. 낮에는 더울려나...
그러나 어쩌랴
가슴이 이토록 미어지도록
아픈것을
만나면 우리
왜 술만 마시며
저를 썩히는가.
저질러 버리는가.
좋은 계절에도
변함없는 사랑에도
안으로 문닫는
가슴이 되고 말았는가.
오늘은 대화명을 2번째 바꾸었다.
이성부시인의 글을 함 인용해 보았다...
2004년 5월 27일 날씨가 구물구물하다. 오후에는 비가 올려나. 선선하여서 기분은 좋다.
하지만 날씨는 좋은데 기분은 별로이군..
왜 일까?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
겠
다
2004년 5월 28일 비가 온다. 비가 많이 온다. 밤새도록 주룩 주룩 올런가.
비가 오면 소주나 한잔 해야 하는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 일들을
너무 쉽게 해낼 때가 있다.
나는
어떤 예측에도 빗나가며
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살아낸다는 것
어떤 두려움에도 맞서며
일어서는 것이다.
2004년 5월 31일 무척이나 맑은 날씨가 되었다.
주말에 온 비가 세상의 먼지를 모두 가지고 간것일까?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고 했다. 나는 또 새로운 실패로 달리고 있는 것인가....
실패냐 아니냐는 누가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일까?
.....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누군가 또 부정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