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반응형


김연수가 누구인지 잘 몰랐다. 요즘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하여 구매한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유는 없다. 한참을 방치하기가 책과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뿐이다.

"모두들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란 저자의 말이 이 책의 전부를 말해주고 있다.  저마다 사연이 많다. 그러한 사람 군상들만 모아놓았다. 솔직히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광주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프락치를 만들어낸 공권력의 횡포를 말하는지, 아무 생각없이 북한을 동경하고 넘어가려한 NL운동권을 무지함과 무모함을 말하는 것이지 알 수가 없다.

이야기는 저자가 말한대로 각자 사연이 있다. 사람이 사는데 어찌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여자 벌거벗은 입체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는 풀어져 나간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의 탁월함은 인정해야한다, 물론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야기꾼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은 보인다.

TV 일일 드라마를 연상하게하는 전개

처음 접한 김연수의 소설은 (적어도) 나에게 적지않게 혼란스러웠다. 예산이 부족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일 드라마는 3가족 정도가 나온다. 이 3가족의 구성원에 모든 이야기가 엮어져있다. 누구는 누구의 친구이고 또 옛 애인의 자녀이며 등등... 그런 드라마를 보고 '아 우리네 삶도 이렇게 어울어져 살아가는구나'라고 감동을 받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찌 그렇게 묘하게 엮어져있다. 살아가면서 그런 누군가를 만나본 기억이 있던가? 작위적으로 얼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안스럽다. 할 말은 많은데 작위적인 얼개로는 읽는 이(적어도 나는)에게 부담을 줄 뿐이다.
누군가 인도의 시인이었던 카비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카비르. 신분이 뭐냐? 카비르. 직업이 뭐냐? 카비르. 나는 이 세번의 카비르라는 대답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나 역시 몇 번을 스스로 물어도 나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간다고 해도 결국 나는 나였다. 그게 바로 내가 가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151쪽)
나는 누구도 아닌 나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큰 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을 스스로 물어도 나일 수밖에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