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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시기, 질투, 부러움 그리고 아쉬움 : 장정일의 단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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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은 언제나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처럼 책을 다독하지도 못하며 또한 자유분망하지도 못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책장너머로 볼 수 있는 책이다.

(네이버)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단상(斷想)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였다. '短'이 아니다. 생각을 짧게 끊어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단상을 고민하였다. 그러다가 내 단상의 과도기가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다. 나의 단상도 중요하지만 다른이의 글에 대한 내생각과 그 정리 또한 중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말의 유희에 불과함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에 자유롭지 못한 나의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개뿔'이 되었다.

장정일이 나보다 먼저(책의 출간으로 보면 내가 먼저이지만 시작은 그가 먼저임을 알 수 있다) '아무 뜻도 없어요'라는 것으로 시도했다. 그가 먼저 시도함은 중요하지 않다. 표절이라고 그에게 말 할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보다는 그의 단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궁금했다. 그의 단상, 생각은 '아무 뜻도 없어'가 아니다. 그의 단상에는 그의 생각이 있으며 또한 바라보기가 있다. 어떻게 바라보며 또한 어떻게 받아드리냐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단상은 이외수의 <감성일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외수의 단상을 무척이나 좋아해고 그것에 많은 의미를 두려하였다. 요즈음 나오는 짧은 글은 예전보다 울림이 덜 하다.(아마도 시류가 그러하니 더욱 더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면에서 장정일의 단상은 다른 면이 있다. 꾸미지 않는다. '아무 뜻도 없'이 써 내려간다. 생각자르기의 정형이라고 느껴진다.

장정일은 그의 <독서일기> 서문에서 "행여 내 못되어먹은 붓끝에 마음이 언짢아질지도 모르는 저자들께는 앞으로 나오는 당신의 책을 더 꼼꼼히 읽고 새로운 독후감을 쓰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할까 한다"라며 독설을 품은 펜을 먼저 말하고 있다. 그러한 독설이 나는 좋다.

이 책 '독서일기 1권 자서'라는 단상에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 보지 못한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 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Pseudo) 저자가 된다'라 하며 그의 책읽기에 대한 변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 많은 책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존재하지 않는 책이다. 그 책이 존재하게 하는 것은 나의 의무이자 권리다.

(소설이 아닌)장정일을 읽으면 시기와 질투를 느낀다. 그 모든 것이 부러움과 아쉬움에 기인함은 나 뿐일까?


생각
장정일 지음/행복한책읽기

덧붙임_
<나의 삼국지 이야기>는 삼국지를 읽은 사람, 읽지 않은 사람이나 또 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읽어 보라 권하고 싶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덧붙임_둘
행복한 책읽기, 2005년 7월 초판 3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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