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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서진원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그녀)의 ‘Welcome to secret garden 비밀의 정원’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시회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작업노트 :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쇼핑은 사회,문화적 행위로 자리 잡힌 일상이다. 특히 늦은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홈쇼핑 채널의 여자 속옷광고는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을 따라 잡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늘씬하게 뻗은 여자 모델들의 에로틱한 속옷 차림을 보는 재미도 크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쇼 호스트들의 설득력 있는 제품 설명과 함께 다양하고 화려한 속옷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무척 크다. 너무나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되어진 속옷들은 신체의 가장 은밀한 곳을 접촉하면서 몸의 생리 반응을 가장 민감하게 접하기도 한다. 여인의 스커트 속에 감추어진 은밀하고 드라마틱한 비밀들을 살짝 들어다 보고 싶은 보이어리즘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실제로 착용된 속옷들을 작업소재로 하고 있다. 화려한 배경 속에 땀에 젖거나, 생리가 묻었거나, 구겨지고 찢어진 팬티는 일상의 화려한 생활 속에서도 각각의 개개인이 짊어지고 가야할 삶의 굴레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업 노트를 보면 도착(?)이 엿보인다. 누구나(모든 사람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훔쳐보기를 하고 싶어 한다. 누구의 일기장을 훔쳐보거나 다른 이의 알몸을 상상하거나 또 겉 옷 안에 있는 속옷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것도 착용('입고 있던'이라고 해야 더 잘 표현한 듯..)한 속옷을 필름에 담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이후의 작업은 가장 민감한 속옷을 들쳐 보인다. 거기서 벗어나 속옷을 입고 있는 모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층 진화(?)한 모습이다.
사진 몇 장으로 그를 판단할 수 없듯이 그의 전시회가 있다면 보고 싶다.
월간 사진에 게재되었던 내용은 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듯하다.
생생 라이브쇼
처음 작업과 달리 서진은의 최근작에서는 실제로 속옷을 착용한 장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한정된 속옷에서 속옷을 입은 사람으로 소재가 변화되어 개념적인 공간 확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I’m...’(나는...)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치마나 바지 속에 숨겨진 은밀한 세계를 통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즉 ‘비밀의 정원Ⅰ’에서 몸과 함께한 속옷이 개인의 내면을 표현했다면, 확대된 공간인 ‘비밀의 정원Ⅱ’에서는 속옷과 함께 겉옷, 신발, 액세서리가 사람의 신체를 안팎으로 감싸주고 있으면서도 용도와 선택의 의도가 다르다는 점을 착안해 그 사람의 외면을 표현했다. 사진을 보면 다양한 의상과 색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의 반응이나 나이, 성별, 직업 등이 모두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마다 다양하고 어색한 손짓과 발짓과 몸짓은 이 작업의 놓칠 수 없는 재미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사람 크기로 크게 프린트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추상적인 작업으로 보이지 않도록 모델의 실제 나이와 직업 등 텍스트를 함께 밝히고 있다.
적극적 훔쳐보기 현장 통한 자아발견
소 재와 공간이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개인의 은밀한 부분이 보여진다. 처음 사진을 보는 당신의 반응은 어떤가? 가려져 있어야 될 것 같고, 개인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져 사진을 보는 순간 고개를 돌리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는 않았는가.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뚫어져라 사진을 보다보면 오히려 죄책감이나 당혹감이 금방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서 진은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성큼 다가서게 하는 특징이 있다. 적나라하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감성적인 힘이 있다. 전문모델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타인 앞에서 쉽사리 속옷을 드러내 보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셔터를 누르기까지 쉽지 않은 설득과 서로에 대한 이해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모델과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작업하다보면 현실을 망각한 채 그들의 비밀의 정원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마냥 순수함도 엿보이지만 동시에 현실 속 대상을 존중하고 깊이 있게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을 모습도 떠오른다.
사실 이 사진을 소개하기까지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선정적으로만 보거나 타인의 모습을 음흉하게 즐길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고, 즉각 이해되지 않으면 배척하고, 타인의 치부를 힘 모아 공격하고 뒤에서 비방하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 작업을 통해 타인의 비밀스러운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한걸음 자신 안으로 들어가 자기 내면의 비밀의 공간을 인식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진달래객원기자<월간사진 2008년 10월호>
2009-06-24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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