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 좋다.
희열을 느낀다. 일탈을 느낀다.
나는 소심하다. 대리 만족을 꿈꾼다. 그래서 불륜 영화가 좋다.
요즈음은 왜 불륜 영화가 없을까? 흥행이 안되어서일까?
불륜이라 말하지 말자. 일탈이라 말하자.
항상 도착점은 하나다. 개뿔.
여자와 헤어져 자신의 차를 타고 헤어진 남자는 핸드폰을 든다. 어떤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끈적거린다. 벨소리에 익숙한 남자는 흘러나오는 음악이 익숙하지 않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어색하다.
조금 전에 헤어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무미건조한 목소리다.
"응. 어딘데".
"언덕을 올라가고 있어요."
"다 왔네."
"네" 매일 반복되는 이야기다.
남자가 묻는다. "나 사랑하니?"
여자가 잠시 머뭇거린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길 하세요?"
"아니 그냥 갑자기 묻고 싶어서.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라디오에선 아직 장마는 아니지만,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거 같아요. 그런 말 싫어하잖아요. Like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이야기했지. Like나 Love나 'L'로 시작해 'E'로 끝나니 비슷한 거 아닌가." 어색한 웃음. 잠시 흐르는 침묵이 둘의 대화를 더 어색하게 한다.
"왜 갑자기" 여자가 다시 물어본다.
"그냥 묻고 알고 싶었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싫은가?" 남자가 이야길 한다.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여자에게 물어보았을까? 사랑보다는 오래간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즐기곤 했던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2년 전 초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시작하는 사랑과 집착. 사랑보다는 집착에 더 집착하는 남자 그리고 여자.
사랑과 집착에 관한 혼란.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