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누군가 좋은 책을 정의해 보라고 물어 오면, 나는 서슴없이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 말한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뚜렷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도 괜시리 짜증이 나고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돈내고 책 사보는 이를 이 정도로 만들 만큼 담이 크다면,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권우, 73쪽)
이권우가 노혜경을 말하면서 '좋은 책'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책"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읽기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일까 라고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달리 생각하면 저자가 정말 '담이 크다면' 좋은 책일 확률이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보니 우리가 좋은 책이라 말하는 대부분의 책이 읽기 쉬운 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머리를 싸매고 밑줄을 그으며 읽고 또 읽고 한 책이 '고전'이라 말합니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가? 라는 고민은 저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할 것입니다. (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사람,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러한 사람들이 모두 다 좋은 책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 또한 제외입니다.) 좋은 책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편타당한(이 말이 안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책에 대한 고민은 모두의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일 경우, 첫눈에는 좋은 책이요 근사한 책일 때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경우, 그런 책은 독자들이 찾아 주지를 않는다. _페터 빅셀
좋은 책을 찾는 것보다 나쁜 책을 골라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읽어 보지 않고 책을 평가하는 것 또한 좋은 책을 사장하거나 나쁜 책이 유통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고병권은 책의 종류에 대하여 4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책은 무엇일까?) 세계를 변혁하는 책, 세계를 해석하는 책, 세계를 반영하는 책 그리고 세계를 낭비하는 책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분류라 생각했습니다. '세계를 변혁하는 책'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계를 낭비하는 책'은 쓰지도 만들지도 그리고 읽지도 말아야겠습니다.
고병권의 나쁜 책에 대한 말을 새기며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독자인 우리가 노력해야겠습니다.
모든 위대한 것들은 저 태양처럼 자기 스스로를 낭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낭비한다.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 너무 가혹한 말일 수 있지만, 세계의 질병임을 증언하는 책 중에는 아예 독극물로 돌변해서 돌아다니는 책이 있다. 이런 책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 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다.
아들이 말하는 좋은 책이란? 라는 포스트에 쓴 글입니다. 좋은 책에 대한 고민은 지금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들과 나눈 대화다.
무엇이 좋은 책일까?
아들 : 조금 전에 한 권 보았어.
아들 : 아빠는 무슨 책 보는데.
나 : 음 이거(공황전야).
아들 : 무슨 내용인데?
나 : 음...
아들 : 왜?
나 :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지에 대한 내용이야. ...
아들 : 그럼 좋은 책이네.
나 : ???
덧붙임_
이권우의 다른 책
책을 어떻게 잘 읽을까? : 호모부커스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권우 지음/해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