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오늘로서 새로운 무대가 전개 된다 : 볼리비아 일기 (체 게바라)

반응형

1988년 진달래에서 나온 <체 게바라의 일기>를 보았다. 얼마 전에도 일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학고재에서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출간되었다. 66년부터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의 기록이다. 진달래 간에서는 160여 쪽의 적은 쪽수의 일기와 <한 혁명가의 이상과 투쟁 - 다니엘 제임스>라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일기만 수록된 학고재의 책은 아쉽다.

이 짧은 기록은 체 게바라에게 있어서도 그 이후 살아남은 사람 모두에게 중요하다. 체 게바라의 마지막 기록이자 성공하리라 믿었지만, 실패의 기록이다. 수많은 오류를 범하고 그 때문에 고난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혁명에 대한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신념으로 스스로 영웅이 되기를 선택했다. 체 게바라의 죽음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영향은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후에 더 커졌다. 그의 죽음은 그의 모든 결점과 잘못을 덮어버리고 위대한 혁명가, 영웅적 투사의 모습만 남겨 두었다. 마침내 그의 신화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 일기를 읽어야 할 이유이다.


+

체 게바라는 남미의 고통받는 민중을 위해 스스로 혁명의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당시 서구의 젊은이들은 체 게바라를 마치 예수처럼 숭배하였다. 귀공자다운 풍모에, 우수에 젖은 눈빛, 무엇보다도 그이 삶의 흔적이 젊은이들에겐 예수를 연상케 했었나 보다.

그에 대한 이러한 숭배가 비록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신화를 구현할 만큼 철저한 삶을 살다 갔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삶의 마지막 한 부분을 발췌하여 여기에 내어 놓음으로써 우리가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공감대를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 (진달래 편집부의 글 中에서)

+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를 선택한 이유, 아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11월 7일 1966년

오늘로서 새로운 무대가 전개된다. 우리는 밤중에 농장에 도착했다. 여행은 순조로웠다. 코차밤바에 도착하자 적절하게 위장한 파충고(파쵸의 異名)와 나는 접선을 시도했고 그곳에서 두 대의 찦차에 분승하여 이틀 동안 달렸다. 농장 가까이에 접근하자 우리는 차를 세우고 그 중 한 대만을 계속 사용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코카인 제조업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웃 땅주인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농장으로 가는 도중 두 번째의 길로 차를 몰던 비고테스라는 청년이 나의 정체를 알고 놀라는 바람에 그만 벼랑 끝으로 차를 몰아 하마터면 절벽 아래로 추락할 뻔하였다. 구덩이에 빠진 차를 그대로 버려두고 우리는 농장까지 20킬로미터 가량을 걸어 자정이 지나서야 농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고테스는 당의 결정이 어떻든 우리와 같이 동조할 의사가 있음을 말하고 동시에 그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몬제에의 충성도 변함없이 갖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에 의하면 로들포나 코코도 같은 생각이라 한다.

학고재 출판사 제공 자료

일기는 1966년 11월 7일 볼리비아 동남부 냥카우아수에 도착한 날 시작되어 유로 계곡 전투에서 체포되기 전날인 1967년 10월 7일에 끝난다. 체 게바라는 게릴라 부대가 행하는 모든 일, 즉 계획과 결정 사항, 회담 내용, 전투 및 작업 참가자, 대원들의 분위기와 건강 상태를 촘촘하게 기술했고 무장 투쟁에 관한 학습 상황과 라디오 방송의 정치 뉴스를 평가했으며 행군 지역과 거리, 고도 등도 기록했다. 한마디로 『볼리비아 일기』를 통해 게릴라 부대의 생활을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으며 아울러 이들이 실패한 이유와 정황도 상당 부분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볼리비아 일기』가 체 게바라 자신의 가장 직접적인 육성으로 게릴라 부대의 생활을 기술하고 전술적 오류와 실패마저도 한 치의 미화 없이 기록했기 때문이다.

1967년 3월까지 ‘사령관 체’는 여러 달에 걸쳐 정예부대를 선발하고 고산지대 적응 훈련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게릴라전을 준비했다. 때로 전체 분위기가 동요되고 산발적으로 이탈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게릴라 부대의 기강과 도덕은 훌륭했으며(“우리 편에는 비록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정직하고 결의에 찬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64쪽, 1월 31일) 이는 초반에 수적으로 우위인 정부군에 우세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엄밀히 말해 체 게바라가 직접 쓴 단행본은 쿠바에서 발간된 게릴라전 이론서 『게릴라전』(1960)과 혁명 쿠바를 세우는 기초 작업 과정을 그린 『쿠바 일기』(1963)뿐이다. 여기에 사후에 출간된 『볼리비아 일기』가 추가된다. 따라서 한국어판 『볼리비아 일기』는 국내에 공식적으로 처음 번역되는 체 게바라의 세 저작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체 게바라가 젊은 시절 남긴 여행 일기를 쿠바에서 출간한 『라티노아메리카』(『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 2000, 이후/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2004, 황매) 등 체의 일기 및 논문 등을 모은 저작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2005, 실천문학사)이 잘 알려져 있고 최근 존 리 앤더슨의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2010, 플래닛)이 번역되었다. 그밖에 체의 딸 알레이다의 회고록을 옮긴 『체, 회상』(랜덤하우스, 2008), 체가 남긴 일기에 적힌 시와 문학 관련 글을 옮기고 해설을 붙인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실천문학사, 2009) 등이 있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남긴 일기가 사본 형태로 편집되어 출간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일기 원본이 공개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체 게바라의 일기 원본은 1980년 그간 보관해왔던 볼리비아 군 금고실에서 유출되었다가 런던의 한 경매장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경매에서 일기 원본을 낙찰 받은 후 볼리비아 중앙은행(BCB)에 보관해왔다. 그리고 체 게바라 탄생 80주년이었던 2008년 7월 볼리비아 정부는 처음으로 일반에 일기 원본을 공개했고, 실물을 재현한 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다.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
체 게바라 지음, 김홍락 옮김/학고재


덧붙임_
일기를 알리려 블로그에 올렸다. 아직 마지막을 보지 못하고 있다.
Che Guevara's Diary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