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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개봉하는 혹성탈출의 원작을 찰톤 헤스톤 주연의 영화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혹성 탈출'은 원래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의 소설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미 수백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나, 한국에서는 이제야 책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1963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지 48년 만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그전에는 공룡이 한동안 주인이었다. 그렇다면 다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핵전쟁이 일어나도 살아남는 종은 바퀴벌레라고 하였는데 미래의 주인은 바퀴벌레일지도 모른다.
혹 영화처럼 우리안에 가두고 바나나를 던져주는 원숭이가 인간 다음으로 지구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오만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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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500년, 앙텔 교수는 지구로부터 약 300광년 떨어진 초거성 베텔게우스를 탐험하기 위해 우주 탐험대를 조직한다. 젊은 물리학자인 아르튀르 르뱅과 신문기자인 윌리스 메루를 포함해 탐험대는 단 세 명뿐. 2년간의 비행 끝에 베텔게우스계에 도착한 그들은 여러 면에서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발견하고 '소로르('자매'를 뜻하는 라틴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나 곧 드러난 소로르의 현실은 미개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인간과, 그 인간을 지배하는 문명한 유인원, 벌거벗은 채 살기 위해 도망가는 인간과, 그런 인간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을 쏘는 유인원이다. 인간과 유인원의 뒤섞인 운명 앞에서 아르튀르 르뱅은 유인원에게 죽임당하고 앙텔 교수는 이성을 잃어 미개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홀로 남은 윌리스 메루는 잔인한 유인원들의 행성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 사이에 숨어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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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총성을 듣고 희생자의 최후의 경련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숲을 가로지른 오솔길에 널려 있는 사람들의 시체를 보았다. 나는 이 끔찍한 장면을 더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백 보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고릴라를 발견했다. 나는 환상적인 몰이를 목격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한 사냥꾼들은 고릴라였고, 쫓기는 사냥감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처참하게 찢기고 비틀린 시체들이 벌거벗을 채 피로 땅을 물들였다. (57쪽)
나는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것―대체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된―을 떠올렸다. 이 고릴라들과 침팬지들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유인원들이 변장한 동물, 혹은 서커스를 위해 재주를 부리도록 훈련받은 원숭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릴라가 머리에 쓴 모자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는 볼거리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이곳에서 유인원들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모자와 머리는 조화를 이루었고, 유인원들의 모든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암컷 고릴라는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느 사냥꾼 고릴라는 호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꼼꼼하게 담배를 채운 후 불을 붙였다. 그 행동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70쪽)
"우리는 그곳에서 아주 까다로운 뇌 수술을 하고 있어. 뇌 이식, 손상된 신경 중추의 복원, 뇌의 일부 혹은 전체의 제거……." "너희가 인간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들을 하고 있다고?" "물론이지. 인간의 뇌는 유인원의 뇌와 가장 유사해. 자연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육체를 연구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한 동물에 대한 재량권을 맡긴 거야. 인간은 우리의 많은 연구에 사용되고 있어."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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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이라는 거울로 ‘인간’을 비추어 보다
전두엽을 절단당해 식욕을 느끼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인간, 측두엽을 제거당해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 인간, 대뇌피질을 손상당해 모성애를 잃고 자식을 내팽개치는 인간, 뇌에 전기 자극을 받아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는 인간. 소로르에서 유인원에게 생체 실험을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잔인하고 끔찍한 이 장면은 그러나, 왠지 낯설지가 않다. 어쩐지 사람들의 모습에 지구의 동물들이 겹쳐진다. 그런 동물들을 향해 수술용 메스를 들고 있는 것은, 다시 인간이다.
이렇듯 『혹성 탈출』은 머나먼 어느 별에서 일어날 법한, 말처럼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공상과학소설’이라는 형식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문명, 그 문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온갖 폭력과 부조리, 부패가 고스란히 소로르의 유인원 사회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유인원의 눈빛에 인간의 눈빛이 담겨 있고, 유인원의 행동이 인간의 행동을 닮아 있으며, 유인원의 문명은 모두 인간의 문명을 고스란히 보고 베낀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소로르의 유인원으로 거울에 비춰지는 지구의 인간은 유인원을 욕할 명분도, 자격도 없다. 유인원을 향한 손가락질은 거울에 닿자마자 튕겨 나와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올 테니까.
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소담출판사 |
덧붙임_
혹성 탈출 시리즈 완전 분석 201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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