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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당신 정말 행복하냐"고, "당신이 방금 카드로 긁은 그 물건, 정말 꼭 필요한 거 맞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2008년 추수감사절 세일 때 뉴욕주(州)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경비원이 쇼핑 인파에 밟혀 죽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금융위기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이 '세일'에 이성을 잃었다"고 썼다. 이제 달리 볼 때가 됐다. 그날 경비원을 밟고 매장에 밀려들어간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물건을 샀을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산 적이 있는가?", "포인트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한 적이 있는가?",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손 세정제를 산 적이 있는가?"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위의 질문 중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한다면 마케팅의 교묘한 술수에 걸려든 것이라고 말한다. 20년동안 브랜드 전쟁의 최전방에서 활동한 저자는 신간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음모들을 폭로한다.
최근 소셜커머스 쇼핑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는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고가의 제품들을 `제한된 시간`동안 대폭 할인 판매한다.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물건이 싸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아이딜리의 CEO인 폴 헐리는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게임적인 구조`를 모두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한시간, 도전 과제, 다른 사용자들, 그리고 중독성 등 게임의 요소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경매에서 낙찰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경험한 아슬아슬함이 욕망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결국 `싸다`는 이유보다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마케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 작은 마을에 `위장 가족을 전입시켜 그들의 이웃에게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을 사도록 몰래 설득하는 과정을 담고자 한 것. 그 결과 구전 효과나 동료압박의 힘이 상상이상으로 막대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업들은 마케팅에서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역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전 마케팅이나 동료압박의 힘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즉 이 힘을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쓴다면 보다 현명한 소비생활은 물론,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지름신 부르는 ‘마케팅의 비밀’
불안·열등감… 그래서 그들은 브랜드를 찾는다
`노스페이스` 열풍은 `자존감 부족` 때문
없는 병도 만들어내는 제약사 마케팅 … 솔깃해 지갑 여는 순간, 내가 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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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인 저자는 사람들을 비합리적 신념체계로 끌어당기는 ‘지적 블랙홀’이라는 덫이 우리 주변에 펴져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덫은 무심코 빠져들긴 쉽지만 나오기 어려운 ‘심리적 파리지옥’이다.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심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마저 버리게 만드는 위험한 함정인 것이다. 지적 블랙홀에 푹 빠진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이성적 비판에 대항해 자신들의 믿음을 정당화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이 의존하는 ‘합리화 전략’을 8가지로 나눠 설명하며 철학과 과학, 심리학 등을 근거로 그 맹점을 꼬집는다.
자신들의 치료약으로 효과를 본 소수의 사례만으로 약의 효능을 광고하는 돌팔이 약장수들의 수법은 ‘일화 나열하기’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연의 일치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이들의 예언이 빗나간 경우는 무시해버리고 우연히 들어맞은 몇 가지 사건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의 성공, 마케팅, 사업, 데이트 등의 ‘비결’을 알려준다고 약속하는 자기계발 강연이나 책에 대해서도 ‘헛소리’라고 일축한다. 대체로 자기계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비결’을 팔기 위해 저자가 분류한 8가지 합리화 전략 중 절반 정도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 스티븐 로 지음, 윤경미 옮김, 이종권 감수/와이즈베리 |
‘IT 황제’ 잡스가 왜 대체의학에 빠졌을까
어느새 음모론을 믿게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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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의 신화를 깨뜨리며 인간의 무한한 탐욕에 경종을 울렸던 명저 <성장의 한계>의 30주년 기념 개정판이 번역 출간됐다. 초판과 재판은 원저와 같은 해인 1972년, 1992년 큰 출판사에서 번역 출판됐다. 3판에 해당하는 30주년판은 2004년 출간됐으니 번역 출판되기까지 8년 공백이 끼어 있다.
지은이들의 문제의식과 달리 환경생태 정책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성장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섰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이며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달으려면 다시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지은이들의 예상이다. 지은이들은 2000년대 초의 전세계적인 ‘닷컴 거품’ 현상을 떠올려 보라 권한다. 투자자들이 ‘아차’ 싶었을 때 이미 주식시장은 붕괴 국면에 들었고 그로부터 3년 내리 폭락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존층에 구멍을 내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프레온 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중단했던 전지구적인 협력 사례를 들어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장의 한계 도넬라 H. 메도즈.데니스 L.메도즈.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병순 옮김/갈라파고스 |
지구생태 외면한 인류에 경고 “성장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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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최재천이라면 읽고 싶다는, 아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또 다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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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통섭을 이야기하면서 비빔밥 얘기도 살짝 건넨다. 그릇에 밥을 퍼 넣은 다음 여러 가지 재료들을 그 위에 뿌려 만드는 비빔밥.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그는 "영국에선 사라져버린 개념인 통섭이 우리에게 유독 쉽게 다가오는 건 이런 음식 문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독서에 대한 확실한 믿음도 가지고 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닌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머리를 식히려 하는 독서도 때론 필요하지만, 취미로 하는 독서가 과연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명진출판사 |
'통섭'의 식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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