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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있는 매끈한 조약돌을 다듬는 것은 거친 정이나 끌 같은 도구가 아니라 날마다 말없이 쓰다듬어 주는 파도의 손길이다.
_법정
파도가 조약돌을 쓰다듬어 주었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각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살고 싶다. 하지만 파도는 조약돌을 가만두지 않는다. 수시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모가 난 부분을 갈아 둥글게 만들려 한다. 조약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저 둥글둥글한 것이 조약돌이라며 파도는 둥글게 만들려 한다. 혹여 인간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약돌을 둥글고 매끈하게 만들려 한다.
반들반들한 조약돌의 모습을 진정 조약돌이 원하는 모습일까?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에서 나온 것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긴 원래 모습대로 살고 싶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한다. 누구의 정을 맞는 것일까? 돌 본연의 모습을 봐주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맞추려 한다. 모난 돌도 생긴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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