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와 맛집 칼럼니스트와는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황교익은 '맛집' 칼럼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욱이 그 말을 혐오한다. 시사인을 몇 년 만에 처음 샀다. 주간지라는 게 (나에게는)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런 주간지를 별책부록 때문에 구매했다. 그 별책부록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쓴 《우리 음식 맛의 기준》이다.
황교익은 《미각의 제국》 이후 더 좋아진 작가이다. 그의 글은 맛이 난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햅쌀밥 같다. 좋은 쌀로 지은 흰 쌀밥은 반찬이 부실해도 맛있다. 그의 글이 그러하다.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곱씹을수록 맛이 난다. 그의 글이 좋다. 그래서 나는 황교익이 좋다.
맛있다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관련 정보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옵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맛있는 식당 정보가 우리 곁에 무차별하게 차려집니다. 우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기는 한 걸까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까칠한 사람입니다. 맛집 소개 따위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지난 십수년 동안 그는 미각을 깨우치고, 미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누차 설명해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느 모임자리에서 그는 '현실의 한계'를 토로했습니다. 구체적인 음식의 제시 없이 원칙을 논하는 것이 힘겨웠다고 말했습니다. _편집부
나는 '맛집'이라는 말을 혐오한다. 한국에서 맛집 정하기는 개나 소나 다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들이 정해주는 맛집에 당신의 미각을 맡길 수 있겠는가. 나는 못 맡긴다. 이런 요상한 세상 안에서 그들과 내가 비슷한 일을 한는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나는 혐오스럽다.
······
이 책에 나오는 음식은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의 기준'에 해당한다. 그러니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써놓은 기준보다 더 나은 음식도 독자 여러분 주변에 있을 수 있다. 내 기준을 읽고 그 기준이 흥미로우면 그 기준의 음식을 맛보고, 그러고 나서 독자 여러분의 기준을 새롭게 하면 된다. 결국은 각자의 미각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다. _황교익
많은 음식이 나온다. 전국에서 황교익이 맛있다고 여기는 많은 음식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광역시는 모두 빠져있다. (서울은 여러 음식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은 광역시가 아니다. 특별시다.) 일부러 뺀 것은 아닐 거고 하다 보니 빠졌나 보다.
전국 50개 정도 음식이 나오는데 먹어본 게 없다. 딱 두 가지가 있는데 일부러 먹은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었던 것이다. 어릴 적 살았던 곳, 마산의 음식 두 가지가 나온다. 마산 창동의 센베이, 마산 막회다. 창동의 센베이는 꼭 그곳인지 기억이 없으나 워낙 유명한 것이라 먹어 보았을 것이고 막회는 선착장 근처에 살아서 질리게 먹은 게 회다. 일식집의 고급 생선회가 아니라 철 따라 막회를 먹고 자랐다. 특별하게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늘 먹는 음식에 큰 의미를 두는 이는 없을 게다.
마산은 없어진 도시다. 진해와 함께 창원으로 합병되었다. 그럼에도 황교익은 마산이라 부른다. 그가 마산 출신이기 때문일 거다. "나는 그냥 마산이라 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한다. 합병된 후 구 이름도 어정쩡하게 마산합포구이다. 구 이름에라도 마산을 살리고 싶은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딱 아는만큼만 느낄 수 있다. 먼저 살다간 이를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알면 알수록 맛있는 게 많아지고 맛도 깊어진다. 그 반대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설픈 선무당인 경우이다.
우리 미각이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음식은 문화다. 문화를 바꾸고 인식을 바꾸는 가장 편한 방법의 하나가
입맛을 바꾸는 것이다. 정해주는 대로 먹고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는 우리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기본이 없으면 사이비"가 된다. 모든 편견은 무지에서 나온다. 포장되고 조작된 미각에서 벗어나 나만의 미각을 찾아야 한다.
역시 미각味覺은 미학美學이다.
덧붙임_
주간지이니 시기를 놓치면 살 수 없다. 별책부록은 더 그러하다. 황교익을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구매하라. 내가 먹은 게 맛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꼭 읽기바란다.
시사IN 제263.26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