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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10월 5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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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콩고에 대해 쓴 『피의 강』(Blood River)으로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인 사무엘 존슨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저자가 이번엔 내전으로 멍든 서아프리카를 탐사한다. 쿠데타와 반쿠데타의 연속, 끝없는 내전과 부족간 갈등, 블러드 다이아몬드, 소년병, 원시적인 정령숭배 등으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5년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이 탐험한 서아프리카의 흔적을 쫓아간 지은이는 그린이 갔던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목격하면서, 서아프리카에서 포로와 산데로 대변되는 비밀사회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아프리카를 갔던 탐험가들이나 인류학자들은 ‘포로’(poro)와 ‘산데’(sande)라는 특별한 비밀사회를 발견하고 연구를 진행하지만, 비밀사회라는 특성상 그 실체가 쉽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침묵의 규율, 아프리카 심령술, 엄격한 위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비밀사회는 외부인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아프리카 특유의 기괴한 가면을 쓴 악마들에 의해 지배되는 이들 비밀사회가 바로 서아프리카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비밀사회를 연구했던 인류학자들, 탐험가들, 선교사들의 이야기기 그리고 지은이가 직접 정글 오지에서 목격한 사실들이 흥미진진하게 결합된 이 책은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인류학적 분석이 담긴 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악마’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밀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차별화된다.

한편 지은이는 엄격한 위계질서, 침묵의 규율, 잔혹한 입문식 등으로 상징되는 서아프리카의 비밀사회가 공동생활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개인의 성공을 용납하지 않고, 정령숭배에 기초한 잔혹한 제의살인, 그리고 국가 권력을 넘어선 비밀사회의 막강한 권력이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상황을 낳는 데 한 몫 했으며 이들 나라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찰스 테일러 같은 잔혹한 군벌, 블러드 다이아몬드, 원시적인 심령술, 쿠데타와 반쿠데타, 무정부주의, 소년병 등 현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아프리카 하면 흔히 이런 혼란과 무정부 상태, 원시적 정령숭배를 떠올리는 것일까?

이런 혼란스러운 이미지들과 암흑의 대륙이라는 획일화된 편견을 아프리카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지은이가 서아프리카의 정글 오지로 직접 들어가는 것도 이들 아프리카 나라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이런 자신의 편견을 깨기 위함이다.

영국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박애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시에라리온과 미국의 해방노예들이 건너가 건설한 ‘흑인공화국’ 라이베리아의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혹독한 서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를 탐사하면서 지은이는 ‘암흑의 대륙’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다.

서아프리카 하면 포다인 산코나 찰스 테일러와 같은 잔혹한 군벌, 내전, 소년병, 원시적이고 잔혹한 제의(祭儀) 살인 등 자극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악마를 찾아서
팀 부처 지음, 임종기 옮김/에이도스

증오와 반목, 비극의 땅 서아프리카
영국 종군기자가 본 아프리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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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것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린 늘 행복을 꿈꾸며 살지만 그 쉬울 것 같은 ‘행복’이 결코 얻기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그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무슨 일을 하던지 돈만 많이 벌 수 있으면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돈을 버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숨막히는 직장을 그 ‘돈’ 때문에 벗어나지도 못한 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니 행복은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뒤늦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하지만 언제나 길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소자본으로 시작해 성공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가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길아보는 '기존의 조직이나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생존하는 법', 즉 자신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법을 전 세계인에게 전파하고 있는 가치 혁신가이다. 크리스는 175개국이 넘는 나라를 돌며 자신처럼 100달러나 그 이하의 소자본을 들여 창업하고,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내는 개인 사업가들을 만나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사례 50가지를 선정했다. 책에는 그 사례 50가지와 함께 창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들과 그 해결책에 대해서 설명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마이클, 반복되는 회사 업무에 염증을 느끼고 퇴사한 데이비드, 아이들의 뒷바라지만 하는 인생에 회의를 느낀 타라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것을 시작해야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렵게만 생각하던 사업이 누구나 할 수 있고 성공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희망 사례들이다.
 
저자 크리스는 "당신은 가진 게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고정 관념과 선입견을 버리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의 메시지가 될 듯하다.

가진 게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기술·자본없는 당신을 위한 맞춤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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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 당대의 맞수인 존 케인스(1883~1946)의 명성에 가려져 한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와 사정이 달라졌다. 그가 주장한 '혁신'이란 개념은 글로벌 기업의 모토로 떠올랐고, 유명 경영대학원들은 슘페터의 주요 개념을 다루는 과목을 개설했다. 20세기가 케인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슘페터의 시대.

왜 지금 슘페터인가. 그의 삶과 경제 이론을 치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원제 Prophet of Innovation)이 그에 대한 답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경영사가 토머스 매크로가 논문은 물론 편지, 강의록, 연설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슘페터의 인생과 학문, 사랑까지 집대성한 전기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재무장관, 민간은행 은행장을 맡는 등 정계·재계에서 일했던 슘페터는 1925년 독일 본대학 교수가 되면서 다시 학계로 복귀했고, 1932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했다. 자신의 학문을 깊이 파고들수록 슘페터는 역사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순환론>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경제 분석의 역사> 등 1930~1940년대에 쓴 대표 저작들은 이런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 저작들을 통해 슘페터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져다준 경제성장의 결과들을 역사적으로 들여다봤고, 경제구조 안에서 일어난 끊임없는 혁신·파괴·창조가 그 근본적인 요소이자 핵심이라는 ‘창조적 파괴’ 이론을 제기했다.

주저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관점을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슘페터는 역사적인 사실을 돌이켜 볼 때, 노동자의 소득이 사회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관점은 자본주의가 하나 이상의 경제체제를 의미하며,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그 진화 과정을 고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발전해나갔다.

지은이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48년 슘페터가 미국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연설한 장면을 그의 인생 마지막 하이라이트처럼 다뤘다. 그 자리에서 슘페터는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의 사례를 들며 경제학자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이 주관적 편견이 지나친 나머지 경제학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었다. 그런 한편 역설적으로 “이데올로기 없이 우리는 전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데올로기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고, 이를 학문을 위한 동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인 자리에선 밝고 명랑하고 사교적이었으나 그는 불안한 내면의 소유자였다. 1926년 6월 어머니 요한나의 급작스러운 죽음, 두 달 후인 8월 분만 중에 숨을 거둔 둘째 부인 애니로 인해 비통에 잠긴 슘페터는 삶의 그늘과 힘겹게 싸워가며 자신의 여린 마음을 일기에 드러냈다.

그의 여성 편력도 책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여자와 만났지만, '학자 슘페터'의 업적에서 빠질 수 없는 여성은 그의 학문적 여정을 끝까지 동행한 셋째 아내 엘리자베스. 슘페터가 학문적 전성기를 맞고 황혼기를 정리하는 데 엘리자베스의 공이 컸다. 저자는 엘리자베스가 슘페터 사후에 저작 '경제 분석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출간하는 과정까지 꼼꼼히 소개한다.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 등 슘페터를 대표하는 경제적 사유의 뿌리를 입체적으로 더듬은 수작.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당대의 초상까지 아우러져 자본주의라는 수수께끼에 일생을 바친 경제학자의 삶을 생생히 그려냈다.

혁신의 예언자
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글항아리

기업들 부르짖는 단어 ‘혁신’의 연원
슘페터의 '혁신'은 어머니의 재혼에서 시작됐으니…
‘혁신과 창조적 파괴’ 자본주의 주창한 슘페터, 이 시대가 그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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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분노’는 ‘존엄’이란 뜻을 품고 있다. ‘존엄이 짓밟힐 땐 분노하라.’ 100살을 앞둔 프랑스 노지식인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메시지는 분노조차 거세당한 벼랑 끝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2년 전 30쪽짜리 소책자 <분노하라>(2010)가 일으킨 ‘분노 신드롬’은 전세계를 강타했다. 금융자본에 맞선 뉴욕 월가 시위대로, 독재정권에 항거한 아랍 시위대로, 한-미 에프티에이를 반대하는 서울시청 앞 시민들에게로. ‘전 지구적 분노’의 공감대가 이토록 넓었던 것은 “인류가 최근 몇십년만큼 야만적이고 위험한 적이 없었다”는 에셀의 통찰이 개개인의 삶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분노’로 끝날 것인가. <분노한 사람들에게>는 레지스탕스 투사 출신으로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하며 전 생애를 ‘앙가주망’(참여)으로 돌파한 이 노지식인의 깊은 사색을 담은 속편격이다. 부제 ‘공감하라! 행동하라! 세상을 바꿔라!’에 이 책의 핵심이 담겼다. 그는 삶의 존엄을 해치는 ‘다중위기’로, 불공평한 분배에 따른 99%의 빈곤과, 지구를 부당하게 취급한 결과인 식수 고갈, 핵에너지 위협 등을 꼽는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는 ‘공감’을 변화의 촉매제로 제시한다. ‘문명의 충돌’이나 ‘나’와 ‘나 아닌 것’을 나누는 서구식 이분법적 사고는 단호하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 때문에 분노하는가? 여러분의 삶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노한 사람들에게
스테판 에셀 지음, 유영미 옮김/뜨인돌

2년전 분노했다면…이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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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낯선 기호의 언어를 처음 접하는 유아들한테 수학이란 대체 무엇일까? 숫자와 도형, 덧셈과 뺄셈, 더 나아가면 구구단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선행학습으로 수학을 익히는 유치원생들한테 수학이란 대체로 이런 학습의 대상이 아닐까? 수학을 일상 언어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여기면, 수학의 언어를 낯설게 시작하는 유아한테 더 필요한 것은 아마도 ‘수학 학습’보다는 ‘수학 하기’가 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프랑스 보르도대학의 알렉산더 즈본킨 교수(컴퓨터과학)가 쓴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는 지은이 자신이 유아들과 동아리를 꾸려 몇 년 동안 함께했던 수학 교육의 현장기록이자 두 아이를 둔 아빠의 육아일기이다. 그래서 문제 풀이와 정답보다는 어른과 아이들의 교감 과정이 더욱 도드라진다. 안팎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사자와 짐승의 부분과 전체, 여러 모양 상자들을 같은 높이로 쌓기 등의 놀이나 대화가 거창하게 기하학, 집합론, 측량단위를 얘기하진 않는다. 하지만 마냥 즐겁게 떠드는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럭무럭 큰다.

책에는 모두 일흔여섯 번의 수업 과정이 담겼다. 지은이의 아들 지마와 세 친구가 함께했던 4년간의 수업, 그리고 딸 줴냐와 두 친구가 함께했던 2년간의 수업이 기록됐다. 간혹 거기에는 아이들의 엉뚱한 동문서답,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 수학자와 아이들이 좌충우돌하는 일화도 담겨 생생함을 더해준다.

실용성을 따진다면 이 책은 수학을 매개로 해 어린 자녀와 놀며 배우려는 부모, 또는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유치원 교사 등에게 요긴한 활용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이런 실용성을 넘어서서 인생을 시작하는 어린이들한테 수학이 얼마나 유익한 사고의 방법과 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많음과 적음, 부분과 전체, 확률, 우연과 필연 등에 관한 분별과 논리는 어른으로 성장하며 거저 얻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수학 하기의 과정을 거치며 얻게 마련이다.

책은 현대 수학이 다루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숫자와 연산, 집합, 확률, 명제, 도형, 기호 그리고 추상화, 언어의 문제도 다룬다. 아이들은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을 순서도로 만들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경험한다. 행과 열과 대각선으로 더하거나 곱해도 같은 값이 나오도록 가로세로 칸을 숫자로 채우는 ‘마방진’에도 도전한다. 이런 다채로운 주제의 수업을 관통해 지은이가 강조한 것은 무얼까?

즈본킨은 유아기에 반드시 수학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어린 아들의 수학 교육이 걱정된다는 어느 학부모의 물음에 답하면서, 그는 “(부모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들과 절대로 수학 공부를 하지 말라”며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즐겁게 자녀와 함께할 일을 찾아 ‘교감’을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양철북

호기심 더하고 교감 나눈 수학 육아일기
아이와 놀며 가르친 아빠의 수학이야기
세상에 하나뿐인 수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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