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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졸업식과 졸업장 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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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에 참석한 게 대학 졸업식 이후 처음이다.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이라는 게 별다른 게 없다는 건 해본 사람이면 다 안다. 졸업 선물은 미리 다 받았고 몇몇 친구와 사진 찍고 식구와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먹는 게 전부다.

졸업식장에 가보니 ‘졸업식’이 아니라 ‘졸업장 수여식’이라 걸려있었다. ‘졸업식’이 ‘졸업장 수여식’의 줄임말이었던가? 잠시 생각했다. ‘졸업식’과 ‘졸업장 수여식’의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큰 차이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졸업식’은 졸업생이 주인공이다. 그간 다닌 학교에서 후배,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친지가 축하해주는 자리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녔든지 모두에게 축하해주고 앞으로의 나갈 길에 박수를 쳐주는 자리이다. 모두 졸업생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자리이다. 단연 졸업생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졸업장 수여식’은 어떠한가. 졸업생이 주인공이 아니라 졸업장을 수여하는 주체, 즉 학교장이 주인공이다.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살아갈 날에 필요한 라이센스 하나 추가하는 자리일 뿐이다. 졸업장이 간판이 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자리에 학교장이 졸업장을 준다는 명목으로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

언제부터 ‘졸업식’이 ‘졸업장 수여식’으로 변질(?)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세태를 반영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씁쓸하다. 물론 졸업식의 사전적 의미는 “졸업장을 수여하는 의식”이다. 그럼에도 ‘졸업식’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런 행태를 방관하고 넘기는 우리에게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는지.


덧붙임_
졸업식이 졸업장 수여식으로 바뀐 까닭은?을 보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_2013.03.15
보고 듣고 느낀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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