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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3년 6월 1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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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 되기 전, 가제본판을 읽고 보내온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이 뜨거웠다. 법학자와 가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과 경제학자, 변호사와 유명 방송작가의 마음을 한결같이 사로잡은 책은 바로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소설가 이숲(본명 박수영)이 최근 출간한 역사 에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은 진짜일까? 혹시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한국인의 초상을 우리의 참모습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100년 전 한국에 머물렀던 외국인의 눈을 통해 '한국인의 진짜 얼굴'을 찾고자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 이숲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웁살라대학과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에서 유럽 현대사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유럽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이숲은 한국 역사를 새롭게 보는 독자적인 눈을 길렀다.

우리가 치욕으로 기억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인의 보편적 매력을 집어낸 그의 연구는 기존의 역사학계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 웁살라대학 역사학과는 이 시도를 '새롭고도 풍부한(New & Rich)' 성과로 평가했다. 실증주의적 사학 전통이 강한 웁살라대학이 '비극의 시대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 이숲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그 연구의 토대 하에 만들어졌다. 1997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한 이숲은 '명징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라 평가받은 장편소설 <매혹>과 <도취>를 출간했고, 스웨덴 체류기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을 통해 관찰자의 시선으로 유럽 사회를 탐구하기도 했다. 귀국 후 <월간 중앙>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던 이숲은 성신여대와 중앙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제목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 대한민국이 아닌 내한민국인가?" 그에 관해 저자는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현실비판적 시각 속에서 사회민주화운동에 경도됐던 스무 살엔 알 수 없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나라를 이제야 발견했다는 것을 제목 속에 담고 싶었다"고.

세속적 시각에서 분류하자면 '486세대'인 이숲은 20대 시절 단련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여기에 삶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더해 마침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나라 대한민국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단지 민족주의적 아집이 아닌 보편적 관점의 획득이며, 또 다른 형태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이숲의 책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에는 100여 년 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을 방문한 유럽인과 미국인이 등장한다. 과연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정말로 한국을 '더럽고 미개한 나라'로, 한국인을 '게으르고 아둔하며 유약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봤을까?

이숲은 국내외 자료의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진실을 찾아간다. 그러고는 마침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일제가 철저히 왜곡했던 한국인의 참모습을 찾아내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자유분방하고, 쾌활하며 호탕한 민족', '선량하고 관대하며 명석한 백성들', '지적이며 놀라운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 여기에 더해 '자연스럽고 거침없이 당당하다'는 한국인의 진짜 모습을. 이는 우리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100년 전 이 땅을 찾은 외국인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된 책이다. 영어 논문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에서부터 여러 차례에 걸친 자료 보충과 추가 집필이 더해졌다. 2012년에는 앞서 말한 가제본판을 만들어 '한국사회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한 미래의 독자 100명에게 책에 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급조된 허술한 읽을거리'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한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보수와 진보 모두 '진짜 한국인'은 잘 모르더라
[저자와의 대화]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쓴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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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음반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소매점인 월마트에는 보통 4500장 정도의 음반이 진열돼 있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잘 팔리는 음반 위주로 진열 품목 수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상위 200위 안에 드는 음반들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작정 진열 품목 수를 늘리는 건 효율성도 떨어진다.

반면 온라인 음악 판매업체인 랩소디는 150만곡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10곡짜리 음반으로 치면 15만장이 넘는다. 이 중 다운로드 받은 순위로 2만5000번째를 넘어서는 곡들은 월마트 매장에는 아예 없는, 비인기 상품들이다. 그런데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은 이들 노래가 랩소디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한 곡 당 매출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지만, 비인기 상품들도 합치니 ‘티끌 모아 태산’이 된 것이다.

미국의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은 2006년 이 점에 착안해 인기도를 세로축으로, 상품 판매량을 가로축으로 두고 전자 상거래 업체의 판매 곡선을 그려봤다. 그래프를 보니 아마존, 넷플릭스, 랩소디 등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의 매출 그래프에는 불룩 솟아오른 머리부분에 이어 길게 늘어지는 꼬리 부분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롱테일(long tail)’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진열 공간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인터넷 세계의 특성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알파벳 대문자 ‘L’자를 닮은 ‘롱테일 그래프’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제 롱테일 그래프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매출을 분석하는 데 핵심 자료로 쓰인다. 운송료나 저장비 등 부대 비용이 적은 상품을 찾아내거나, 전체 시장에서 진짜로 수익을 올린 분야가 어딘지, 적재적소를 공략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좋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전에 재무제표나 매출 분석 보고서 등 숫자가 적힌 복잡한 서류를 보고 알아차리지 어려웠던 점을 인기도와 판매량을 축으로 하는 간단한 그래프 하나가 해주는 것.

뇌 구조상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것의 10%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직접 본 것은 30%나 기억한다. 언어나 숫자로 표현하는 것보다 적절한 도표(다이어그램)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알기 쉽게, 직관적으로 전달해 주는 근본적인 이유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도표를 사용한다. 롱테일 그래프를 고안해낸 앤더슨도 그렇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간단하게 그릴 수 있는 도표를 놔 두고 같은 말만 반복한다. 대다수가 도표가 효과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그리려니 어려워서 그런 경우다. 글쓰기나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배우지만, 도표 그리기는 그 어디에서도 특별히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의 마케팅 전문가 케빈 던컨은 도표 사용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가장 쓰기 쉬운 핵심 도표 10개를 뽑았다. 그리고 이 도표를 응용해 그릴 수 있는 도표들을 50개나 준비했다. 위에서 설명한 롱테일 그래프도 그 중 하나다. 벤 다이어그램부터 '매슬로(Maslow)의 욕구 단계론‘에서 보던 피라미드 도표까지 우리가 알던 것도 많다.

던컨은 다양한 데이터를 하나의 간단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로 만들어 내야 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살다보니 도표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도표의 효율성에 주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시각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백 마디 천 마디의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간단하게 도표나 차트 등을 그리고 얘기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사회는 갈수록 더 시각적으로 변하고 있다.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영상을 원한다.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사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도표는 언어를 넘어 통용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소통 방식으로도 쓰일 만 하다. 시각적인 사고의 가치는 바로 이런 데 있다.

다이어그램 북
케빈 던컨 지음, 김아림 옮김/생각과사람들

[經-財 북리뷰] 다이어그램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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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최고의 비즈니스북으로 선정한 저서 '리스크 판단력'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가 더 솔깃하다. 부제는"위험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에 시작된다"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파생 상품 전문 트레이더로 일하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경과학자가 된 인물이다. 자신의 전공이 트레이딩, 신경과학이다보니 신경과학 관점에서 트레이더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갖게된 듯 싶다. 그는 "왜 트레이더는 탐욕을 갖는가?"에 주목했다.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때면 항상 '탐욕이 문제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어느 순간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린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버블이 터진다. 그리고 그때서야 투자자들은 후회한다.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자성이 나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그런데 과연 트레이더들이 그렇게 탐욕을 갖는가? 돈을 벌고 싶어 눈이 벌겋게 된 채 '대박'만을 외치는가?

저자는 경제 행위에 있어 '합리적 판단'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근거로는 동물의 '승자 효과'를 들었다.

승자 효과란 코끼리바다물범, 큰뿔야생양 수컷 등이 암컷을 놓고 싸울 때, 승리한 수컷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상승하고, 높아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음 싸움 때도 도움이 되는 현상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혈액의 산소 운반량, 근육량도 높여준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스포츠선수 뿐 아니라, 트레이더들에게서도 확인된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문제는 높아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동물 실험에서도 많은 동물이 계속된 승리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걸고, 천적이 덮칠 수 있는 장소를 겁 없이 돌아다니거나 너무 넓은 영토를 차지하려드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반대로 한번 실패를 보고 움츠러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나약해진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정부에서 공짜로 돈을 가져가 투자하라고 해도 모두들 머뭇거리는 것이 이런 모습이다. 부제에서 언급되는 늑대는 테스토스테론이 급상승할 때를 뜻하고, 개는 급감할 때를 뜻한다.

저자의 실험에 참여한 한 트레이더는 연간 평균 수익의 갑절에 이르는 수익을 5일 연속 내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80%나 상승했다. 저자는 "그 트레이더의 경우 너무 공격적으로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조만간 비이성적 과열에 빠져 큰 실수를 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어 "회사는 항상 성과가 가장 좋은 직원때문에 망해왔다"며 "걸어다니는 시한폭탄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단기적이고 간헐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뇌와 몸을 강인하게 하고, 친지나 가족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것, 보너스 제도 개선, 완전한 휴식 시간 보장 등을 꼽았다.

이 책은 다만 외국인 신경과학자의 글인데다 번역을 거친 탓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너무 전문적이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한 탓에 중반부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쉬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다소 아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판단력
존 코츠 지음, 문수민 옮김/책읽는수요일

[經-財 북리뷰] 리스크 판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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