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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3년 12월 3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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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은 다양하고 복잡한 자연환경 속에서 독특한 역사를 이룩해왔다. 지중해와 대서양, 인도양으로 내달리는 거대한 나일 강과 콩고 강, 나이저 강, 잠베지 강은 저마다 다채로운 문화권을 만들어낸 대동맥 구실을 했다. 배냉, 오요, 부간다, 줄루를 비롯한 왕국들이 세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양대 ‘문명’이 들어와 교류하고 다투면서 부침을 거듭했다. 해외 무역과 지구적 수준의 상업 팽창은 정치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스쿨(SOAS)의 리처드 J 리드 역사학과 교수가 펴낸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는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 현대 아프리카의 모양새가 형성된 과정을 재구성했다.

문명권을 이루고 살던 집단이 한때 유럽 바깥의 세계를 황무지로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이들에게 특히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프리카인들은 자연스럽게 노예로 인식됐다. 리드 교수는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한 서양 문명의 ‘압축 성장’ 과정은 그들이 아프리카를 인종차별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던 시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확립된 유럽중심주의가 20세기 내내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세계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불행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노예무역과 자원 수탈, 제국주의의 아프리카 쟁탈전은 물론 냉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양극화마저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20세기 말에는 아프리카를 둘러싸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1994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권이 민주적으로 전복된 해다. 넬슨 만델라의 염원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무지개 국가’로 다시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동시에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르완다에서는 100만명이 대량 학살됐다. 점진적인 변화가 아닌 무작정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다.

리드 교수는 역사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변혁하고자 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항쟁도 살펴본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범아프리카회의(PAC)로 상징되는 정치활동,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의 반제국주의 투쟁과 대기업에 맞선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 등이다.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리처드 J. 리드 지음, 이석호 옮김/삼천리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리처드 J 리드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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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 이 책은 저자의 열세 살짜리 딸이 던진, 이 당돌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리자 온갖 댓글이 달리며 심오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프랑스 그느로블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지만 인간이 선하냐 악하냐를 따지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선과 악 그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대신 그의 관심은 “선과 악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형태를 취하는지, 그러한 관념들이 개인의 삶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닿아 있다.

각종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는 먼저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도덕관념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조깅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손 씻는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려 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남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평균의 착각’에 빠져 산다. 많은 이들이 자신은 중간 이상은 된다고, 남보다 더 ‘도덕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일반인 1000명에게 유명인이 천국에 갈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졌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천국에 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79%, 미국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65%,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는 60%였다. 하지만 ‘자기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87%에 달했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처벌과 통제의 효과는 있는 것일까. 저자는 “억압의 통제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권위가 바닥 쳤을 때 나오는 것”이라며 오히려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속감, 자발적 동의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당근과 채찍, 보상이 꼭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7∼11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자녀의 이타심 계발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과 만들기를 하면서 함께 노는 활동을 하게 했다. 이 중 일부는 봉사활동의 보상으로 작은 장난감을 받았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다시 병원에 봉사활동 갈 기회가 됐을 때 어느 쪽의 참여율이 높았을까? 흔히 보상받은 아이들을 예상하지만 놀랍게도 아무것도 받지 않은 아이들의 100%가 또 가겠다고 한 반면, 장난감을 받았던 아이들의 44%만 참여 의지를 보였다.

저자는 이런 각종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호모 모랄리스(homo moralis), 즉 도덕적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도덕적 성향은 사람들을 서로 가깝게 해주고 사회적 협력을 끌어내는 최고의 도구이자 대립의 요인”이라며 “도덕성이 전혀 상반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 때 우리의 도덕성은 더 완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벨상을 풍자해 희한하지만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자들에게 수여하는 ‘이그 노벨상’ 수상자답게 저자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이 책에 흥미가 생겼다면 지난달 번역 출간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철학자 뤼방 오지앙의 ‘딜레마-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다산호당) 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좀 더 진지한, 철학적 탐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가 펴낸 ‘처음 읽는 윤리학’(동녘)으로 독서 지평을 넓히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부키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 착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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