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를 키운 뒤에 나누자는 성장근본주의가 딱한 건 사람을 몰라서다. 일단 파이가 부풀길 기다리며 허기를 참는 동안 사람은 성격이 더러워지고, 더러는 성질을 부리다가 아사하기도 한다. 사람은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데, 파이는 하루 만에 커지지 않는다. 그 경제논리는 교육에도 고스란하다. 성인이 되어 누릴 ‘행복’의 파이를 키우려면 참고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아이들은 맛보지도 못한 행복을 좇아 더럽혀지고, 죽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 알바니프리스쿨에서 35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지은이는 “(특히 선진국) 아이들의 혼란은 현대에 등장한 인위적 개념이지 태어난 이상 당연히 겪는 과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육제도의 일률적 요구에 갈팡질팡하다가 어떤 식으로든 그 몰개성으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폭로한다. 인적 자원을 통제하는 데 유리한 ‘교육 컨베이어’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를 정신질환자로 몬다고. (최근 우리 교육부는 지난해 초중고생 가운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행동장애 학생이 7.2%라고 발표했다. 2010년 2.6%에서 3년 만에 3배 늘어난 것이다.)
학교에선 길들여지고 놀이마저 통제받는 아이들에게 지은이는 “내면의 야성”을 간직하라고 반복해 외친다. 등수로 자신을 재단하지 말고, 고유한 에너지와 재능으로 우거진 내면의 자아를 지키길. 어른들에겐 당부가 많다. 우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제왕절개, 무통주사 등 출산부터 의료시스템이 과하게 개입한다며 자연분만을 권한다. 태아는 안온한 양수에서 미지의 곳으로 가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야성을 처음부터 꺾지 말 것. 둘째, 글을 모를 때부터 책을 읽어줄 것. 동화와 신화에 담긴 문화, 갈등, 환상, 성격에 대한 이해는 내면의 양분이다. 셋째, 자연에 데려다줄 것. “내면의 야성과 자연으로 나타나는 외부의 야성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넷째는 전자미디어 끊기. 지은이는 사회과학, 의학 연구를 넘나들며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컴퓨터게임이 내면을 마비시킨다고 경고한다. 폭력적인 게임을 한 아이들은 불과 20분 만에 실제 폭력 상황에 완전히 무감각한 심박수와 피부전기반응을 보였다. 또한 폭력적이건 그렇지 않건 모든 게임은 티브이보다도 최면효과가 크다.
지은이는 ‘내면의 야성’은 들꽃 같아서 트랙터로부터 보호만 해주면 스스로 활짝 핀다고 썼다. 아이들 삶엔 설계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필요하고, 이는 불이 났을 때만 개입하는 소방수 같은 어른이면 족하다. 책은 우리 교육이 불도 없는 곳에서 진화한다고 법석은 아닌지 묻는 것 같다.
길들여지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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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철학자,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디자인의 대가, 경영의 혁신을 보여준 글로벌 기업의 CEO, 새로운 기술로 과학사를 다시 쓴 엔지니어, 전 세계를 감동시킨 교육가 등 각 분야에서 그 이름만으로 쟁쟁한 해외 석학들에게 어느 날 이런 이메일이 도착했다.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어떤 질문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프로젝트는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에게 꼭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특히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미지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질문들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이 유쾌하고 지적인 작업은 시작됐다.
2013년 8월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긍정 심리학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케팅 이론의 근본을 만든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노동연구계의 대가 귄터 슈미트, 자폐증을 이겨내고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로 뽑힌 템플 그렌딘 등이 참여했다.인간이라면 누구나 위기의 순간을 겪는다. 세계적인 구루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런 실패와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헤쳐 나왔을까? 이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참여한 90명의 지성인들은 말한다. 일상 속의 작은 의문이 뜻밖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삶에 방향을 제시했다고.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질문은 무엇인가? 지금 나에게 던지고 싶은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 당대 최고의 지성인 90명이 뽑은 질문들을 보면 그들이 걸어왔던 인생의 축약본을 보는 듯 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급한 상황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유럽 노동계의 대가 귄터 슈미트는 "나는 어떤 종류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또한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의 저자 크리스 길아보의 "다른 사람들이 다 뛰어내린다고 나도 그래야 하나?", 디자인공학의 석학 헨리 페트로스키의 "어디에서 실패했지?"와 같은 질문에서는 기발한 재치가 번뜩인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이지만,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점이 느껴진다.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봤을 수 있지만, 의외로 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질문들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의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겁을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왜 그것은 나에게 습관이 되었는가" "깨고 싶은 규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것은 진짜 도전인가?" "나는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나" 등 나태해지고 약해진 자신을 따끔하게 다스리기도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있나?" "자신에 모습에 실망하고 있나?" 등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렇게 90개의 물음과 해답을 따라가다 보면, 매일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숨어 있는 힘을 발견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 매일 스스로 질문 던져라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세계 석학들이 뽑은 '가치 있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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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종류의 초밥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부터 먹을까. 실험해 보니 좋아하는 종류를 먼저 먹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경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강했다. 첫째보다는 둘째가, 둘째보다는 셋째로 자란 사람이 맛있는 걸 먼저 먹는 성향이 짙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 공학교수가 사비를 들여서 한 실험이다. 뇌과학자가 이 실험을 한 이유가 뭘까.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방식과 의사결정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어떤 순서로 먹든 초밥이 주는 보상의 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경제학 논리.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먹는 순서에 따라 보상의 총합이 달라진다. 타이밍을 간과해선 안 된다. 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준다는데도 일시불로 결제하는 사람을 보라. 나눠서 부담을 줄이는 것보다 번거롭지 않게 한 번에 끝내는 걸 중시한 결과다.
책은 정 교수를 비롯해 세 명의 뇌과학자들이 다룬 뇌 얘기다. 해부학이 아니다. 철학과 종교의 영역이던 마음의 근원을 작은 우주라 불리는 뇌에서 찾는 작업이다. 뇌 기능을 알면 나도 제어할 수 있단다. 김대수 교수가 설명한 패턴 분리다.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때 기억의 패턴이 완성돼 나중에는 그 사람만 봐도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 때문에 직장에 가기 싫다면? 이때 필요한 게 패턴의 분리다. 직장이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이 스트레스를 주는 거라는 식으로 다스려야 저항성이 생긴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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