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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살찐 고양이가 아니라 민첩한 큰 고양이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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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은 ”중국을 발전시키는데 자본주의 경제체체건 공산주의 경제체제건 관계없다”며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상관없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를 내세웠다. 그 이후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유일한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값싼 전자제품을 만들던 ‘평범한’ 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 그런 도약의 전환기에는 기업이건 개인이건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자만, 판단착오, 헝그리정신의 상실... 어떤 이유에서건 도약을 가로막는 ‘시험’을 만나게 되고, 많은 수가 도약에 실패하곤 한다. 하지만 1996년 상성전자 내부에서는 조만간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분체 부분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렸기 때문이다. 

 

1996년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CEO가 “삼성전자가 덩치만 크고 비효율적인 살찐 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이 부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찐 고양이가 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이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기반일 수도 있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노력을 하다 보면 누구나 중요한 ‘도약기’를 만나게 된다. 그 중요한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 비로소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이 시점에 살찐 고양이, 큰 고양이 즉 肥猫大猫를 잘 기억해야 한다. 덩치만 큰, 그래서 민첩하게 사냥감을 잡지 못하는 살찐 고양이가 아니라, 여전히 민첩한 큰 고양이로 만들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대기업은 보통 현재 기업 규모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공한 방정식이 미래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 문제는 최고경영자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그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자기의 성공 신화가 깨지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즉 과거 성공 신화가 미래 혁신의 최대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성공의 덫’ 문제를 해결할 최선책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혁신 정도가 클수록 갈등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독립적 운영의 인센티브도 커진다”라고 했다.

 

민첩한 큰 고양이가 되는 것이 덩치 큰 살찐 고양이보다는 낫다. 하지만 기존의 성공 모델에 안주한다면 더 이상의 혁신은 없다. 기술 혁신을 통해 성공했다고 알려진 기업 중에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 경쟁력이 제품보다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 이젠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눈 돌릴 때”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유능한 엔지니어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치열한 연구개발 투자 경쟁, 소비자의 빠른 기호 변화 등 새로운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더 효과적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인 히긴스는 오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보고 투자한 경우보다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투자한 벤처의 성공 확률이 현저히 높았다”라고 말한다. 기술 혁신과는 달리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큰 투자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기존 사업을 달리 볼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할 따름이다.

 

큰 고양이를 생각하니 오래전 읽은 책이 떠오른다. 당연하겠지만 지금은 절판인《Fast Second》라는 책이다. ‘그럴듯한’ 제목과 “재빠른 2등 전략으로 블루오션을 완성하라 또는 선점하라.” 등의 카피로 현혹된 책이다. 벤처나 소규모 중소기업을 위한 방법이 아닌 대기업이 더 많은 문어발을 하기 위해서는 ‘재빠른 2등 전략’으로 시장에 먼저 들어간 소규모(?) 기업을 자본이나 인력으로 빨리 초토화를 시키라는 하지 않았던가?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한 맘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꼭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몸이 무거워 비대해진 모습을 보이는 벤처도 많아 보았다. 살찐 고양이인지, 큰 고양이인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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