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순서, 당연한 습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늘 앞에서부터 시작한다.
표지를 넘기고, 서문을 지나, 첫 장을 펼친다.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절차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책에는 정해진 질서가 없고, 독서는 자유다.
작은 일탈, 끝에서부터
가끔은 마지막 부분부터 읽어보라.
이 단순한 행동은 독서 경험을 바꾼다.
결론을 먼저 접하면 독서는 ‘따라가기’에서
‘해석하고 탐구하기’로 변한다.
저자가 어떤 길을 통해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되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철학서와 인문서에서
특히 철학이나 인문학 책에서는 효과가 크다.
마지막 장은 저자의 요약이자 선언문이다.
이를 먼저 확인하면 앞부분은 흩어진 문장이 아니라
그 결론을 향한 길목으로 읽힌다.
혼란스럽던 문장이 하나의 흐름 속에 놓인다.
소설에서의 또 다른 재미
소설은 어떨까.
추리물이라면 긴장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읽으면
오히려 복선과 암시, 상징을 찾아내는 눈이 열린다.
저자가 결말을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길을 닦아놓았는지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독서의 자유를 확인하는 방법
마지막부터 읽는 행위는 작은 반항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독서의 자유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책은 저자가 썼지만, 읽는 방식은 독자의 몫이다.
앞에서부터 읽든, 중간을 펼치든, 끝을 먼저 보든
모두 가능하다.
다시 읽는 경험을 미리
책은 한 번 읽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마지막을 먼저 읽는 일은
그 재독의 감각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
결론을 알고 다시 읽을 때
새로운 층위와 의미가 드러난다.
책이 달라지고, 나도 달라진다
때로는 마지막 장을 먼저 펼쳐보라.
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린다.
주어진 순서를 거부하는 작은 일탈이
독서의 시선을 바꾸고,
독자를 한층 더 자유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