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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긴 소식 - 한겨레신문의 부고기사 이름



 

'궂긴 소식'이라는 말을 쓴 신문 기사 한 토막

 

살려 쓰기 좋은 우리말 ‘드티다’와 ‘궂기다’

 

1. 궂기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눈에 띄는 말 한마디를 만났습니다. 로버트 김 씨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리는 짧은 기사에서 만났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를 내보내면서 ‘궂긴 소식’이란 말을 씁니다.

 

궂기다  
① 윗사람이 죽은 일을 에둘러 가리키는 말  
<할아버지가 궂겨서 모두들 슬퍼한다 /  
이제 겨우 효도를 하나 했더니 부모가 사고로 궂기는 바람에...>  
② 일에 헤살이 들거나 걸림돌이 많아서 잘되지 않다  
<왜 나는 하는 일마다 궂길까 / 일이 자꾸 궂기니 신이 나지 않는다>  
  
부고(訃告): 사람의 죽음을 알림. 또는 그런 글

 


누가 죽은 일을 알릴 때 흔히 ‘부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궂기다’라는 말을 만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궂긴 소식’이라고 쓰면 참 괜찮다 싶었습니다. 어떤가요?


2. 드티다

루이제 린저가 지은 『옥중일기』는 남북녘에서 모두 우리말로 옮긴 책입니다. 요즘은 북녘 책도 사상성이 없으면 일반사람들도 사서 볼 수 있기에 『옥중일기』를 정식으로 사서 읽고 있습니다. 남녘에서 낸 책과 옮김 말이 어떻게 다른지 견주기도 하고요.

 

‘드티다’라는 말이 보인 북녘 책 한 토막



.. “난 추워죽겠어요” 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몸을 약간 뒤로 드티여 자리를 내준 다음 그 이상 더 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옥중일기』(루이제 린저, 문학예술종합, 1993) 52쪽

『옥중일기』를 읽다가 ‘드티다’란 말을 만났습니다. 이 말이 북녘에서만 쓰는 말인가 하고 낱말책을 뒤져 보았어요. 웬걸. 북녘말이 아닌 남북 녘 모두 쓰는 말로, 뜻풀이가 네 가지나 붙어 있군요.

 

드티다  
① 밀리거나 비켜나거나 하여 조금 틈이 생기거나 틈을 내다  
② 짜거나 맞춘 것이 비어져 어긋나다  
③ 미리 하기로 했거나 다짐, 약속했던 것이 빗나가서 미뤄지거나 미루다  
④ 맞은편 힘이나 세력에 밀려서 무엇을 내주거나 허용, 양보하다  

양보(讓步):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보통은 잘 안 쓰는 말인 ‘드티다’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드티다’라는 말을 쓴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도시에서는 못 만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차츰차츰 쓰임새가 줄어들고 죽은 말로 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옥중일기』에서 만난 ‘드티다’는 ‘양보’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때 쓴 ‘드티다’는 우리가 전철에서 자리에 앉을 때 옆사람에게 자리 좀 내 달라고 하는 말로 쓰기에 알맞지 않나 싶어요. 어떤가요? ‘드티다’라는 말을 되살려서 쓰면요?

 

 

 

살려 쓰기 좋은 우리말 '드티다'와 '궂기다'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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