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190
—김영승
쓸쓸하다.
사생활이 걸레 같고 그 인간성이 개판인
어떤 유능한 탈렌트가 고결한 인품과
깊은 사랑의 성자의 역할을 할 때처럼
역겹다.
그리고 보통 살아가는 어리숙하고 착하고
가끔 밴댕이 소갈딱지 같기도 한 이런저런 모습의
평범한 서민 역할을 할 때처럼.
그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그가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도색적인 그가
수줍어한다거나 이웃에 대해서 작은
정을 베풀고 어쩌구저저구하는 역할을 할 때처럼.
각자 아버지고 어머니고 선생이고 아내고,
어쨌든 이 무수한 탈렌트들과
나는 살아야 한다.
•
세상에는 속과 겉이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가면을 쓰고 고결한 척, 세련된 척 살아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추악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이중인격자라고 위선자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우리 자신은 어떤가? 시인은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도 똑같이 돌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수많은 역할, 혹은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살면서 불가피한 것이 연기라면, 재주 많은 위선자가 아니라, 서툴러도 진실하고 따스한 연기자가 되자.
—임혜신 시인
•
어쨌든 이 무수한 탈렌트와 나는 살아야 한다. 그래 나도 살아야 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
깨끗하게 살아온 이 시인의 “190번째 반성”은 숨겨온 우리의 치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류에 흔들리며 변덕스럽게 정체성을 바꾸는 우리이기에 이 시를 읽는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김귀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