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白基琓), 1932년 1월 24일~2021년 2월 15일

쩡쩡 참나무 얼어 터지는 날
—앞서서 나가신 님, 민중의 배짱 백기완선생 추모시
—김태철(시인)
벗이여
쩡쩡 참나무 얼어 터지는 날
새벽녘 향불 내음마저 떠나고
나 떠나는 꽃상여 소리에 울지 말아요
민중 승리의 맨 마루에서
우주의 깊이보다 더 깊은 민중의 배짱에 무지개 불을 지펴줘요
인류 최초로
돈과 분단과 학벌과 엘리트라는 저 제국의 공고한 벽을 허문
육개장처럼 얼큰하고 알싸한
일하는 사람들의 배짱과 그 맵고도 독한 노동 존중의 절정을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게
노래, 노래를 해 주오
여러분
혁명이 뭔 줄 아시죠
세상 사람들은
손바닥을 확 뒤집는 거이 혁명이라 하지만
난 혁명이란
손바닥에 흙 한 줌 고이 쥐고
정한 씨알, 빠듯한 알맹이 하나 곱게 싹틔워
너르고 햇살 번지는 대지에
바람 소리 차가운 서리와
겨울이 가르쳐 준 칼날 선 추위를 이겨내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치고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같은
우듬지 굵은 교목에 안겨
기어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민중들에게 기어이 자기 살을 바치는 것
눈을 들어 타오르는 해를 보게 하는 것
샘물에서 바다까지
산고랑 언덕에서 백두대간까지
신바람나게
우리 말글로 춤추고 노래하며
온누리로 자주 고름 휘날리는 것
그것이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혁명은 뒤집는 게 아니에요
혁명은 말이죠, 소중하게 소리 없이 숨소리 죽이며
민중의 소리를 잘 들어 기득권의 벽을 허물고
언 땅에 새싹을 키워나가는 것이에요
내 생각에 동의하면 가만있지 말고
손뼉
여러분
통일이 뭔지 아세요
세상 사람들은
남과 북이 확 하나가 되는 것이 통일이라 하지만
난 통일이란
손바닥에 흙 한 줌 고이 쥐고
정한 벽돌 하나 곱게 빚어
너르고 햇살 번지는 대지에
터다지고 주춧돌 놓고 기둥 세우고 대들보에 서까래와
겨울이 가르쳐 준 순리대로 암키와 수키와를 잘 어울리게 올려서
대대손손 발이 닳도록 오고 가며 가슴을 맞대고
그늘 넓은 느티나무처럼
기어이 연초록 잎을 피우고 느티떡을 나누며
남북민중들 삶의 질을 어영차 높이고야 마는 것
눈을 들어 갈대마저 소리치는 끝없는 묏비나리 함성으로 하나 되는 것
마라도에서 온성까지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신바람 나게
내 나라 내 겨레 산 자들이 어영차 일어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하며 춤추어
온 누리에 평화의 새소리 흘러넘치게 하는 것
그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해요
통일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통일은 말이죠, 소중하게 소리없이 숨소리 죽이며
민중의 소리를 잘 들어 벽돌 하나 만드는 것이에요
내 생각에 동의하면 가만있지 말고
손뼉
벗이여
쩡쩡 참나무 얼어 터지는 날
새벽녘 향불 내음마저 떠나고
나 떠나는 꽃상여 소리에 울지 말아요
민중 승리의 맨 마루에서
우주의 깊이보다 더 깊은 민중의 배짱에 무지개 불을 지펴줘요
인류 최초로
돈과 분단과 학벌과 엘리트라는 저 제국의 공고한 벽을 허문
육개장처럼 얼큰하고 알싸한
일하는 사람들의 배짱과 그 맵고도 독한 노동 존중의 절정을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게
노래, 노래를 해 주오
■ 1987년 6월항쟁 시기 백기완 선생은 성남 경원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시국대강연을 하시며 다소 낯설었던 혁명과 통일에 대해서 시처럼 말씀하셨다. 30년이 넘은 그 말씀이 아직도 저릿하게 기억이 나 여기에 전한다. 몇몇 구절은 선생님의 시 「묏비나리」의 시어를 빌어 썼다. 김태철
장산곶매 같았던 백기완 선생의 민주 · 통일 한평생
백기완(白基琓), 1932년 1월 24일~2021년 2월 15일 황해도 장산곶 마을에 깃든 매 한 마리. 약한 동물들 괴롭히지 않고, 한해 딱 두 번 자기 둥지 부수고 대륙으로 사냥 나가던 장수매. 어느 날 대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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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100뉴스≫ [백기완선생 추모시] '쩡쩡 참나무 얼어 터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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