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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켜지고, 화면 속 인물이 말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늘 보던 하얀 텍스트가 흘러갈 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였죠.
최근 영상 콘텐츠는 쏟아지고, 화질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자막은 여전히 뒤처져 있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텍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막은 단순히 대사만 전달하는 도구일까?”
“자막이 대사 이상의 경험을 줄 수 있고,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면?”
첫 장면. 인물이 화난 목소리로 외칩니다.
자막은 붉은 빛으로 흔들리며 화면 속 분노를 따라갑니다.
다음 장면, 부드럽게 속삭이는 대사에는 파스텔톤이 스며들고, 글자는 미묘하게 흔들리며 감정을 전합니다.
음량이 커질 때는 글자가 커지고, 낮아질 때는 작아지며 소리의 강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자막은 ‘보이는 텍스트’가 아닙니다.
관객은 글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목소리와 감정을 체험합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자막은 정적이어야 한다—가 깨진 순간이죠.
결국 이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의 영화 경험 전체를 바꿨습니다.
자막이 단순히 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가고, 이야기를 함께 느끼게 만든 것입니다.
텍스트가 움직이고, 색이 변하고, 흔들리면서, 관객은 화면 속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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