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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비웃지 말라… 마광수, 울분 섞인 애도 속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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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2017년 9월 5일

 



마광수는 1989년 엮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며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라고 절규했다. 그는 바란대로 “외롭지 않게 한세상을 살며/ 꿈꾸듯 서로 바라보며/ 따사롭게 위안받을 수 있는/ 그런 많은 이웃들”을 갖지도 못했다.

마광수(66)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고인의 영결식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열렸다. 친지와 고교 · 대학 동문, 제자를 중심으로 100여 명이 모인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분노 섞인 울음과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고인의 한 제자는 “글 쓰는 게 좋았고 상상하는 게 좋았고 학생 가르치는 게 좋았다. 그게 그분 세계의 전부였다. 우리는 아름다운 한 영혼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은 기독교식으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유명 문인 장례식처럼 작가·문화예술 단체가 아닌, 고인이 졸업한 대광고 동창생이 주관했다. 문학인 중에서는 연세대 제자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 당시 책을 낸 출판사 청하의 편집위원으로 고인 구명운동을 벌였던 하재봉 시인 정도가 눈에 띄었다.

유 교수가 영정 사진을 들었고 연세대 제자가 시신을 운구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쳐 분당추모공원 휴에 안치된다. 마광수는 스물아홉 살이던 1979년 ‘자살자를 위하여’에 이렇게 썼다.

“그는 가장 용기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자살자를 위하여’ 부분)

 

 

자살자(自殺者)를 위하여
—마광수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시대와 불화했던 마광수 교수 별세

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2017년 9월 5일 ‘마광수’가 죽었다. 외람되게도 부고에서 이름 석 자만 쓴 것은 마광수라는 이름이 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호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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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비웃지 말라"…마광수, 울분 섞인 애도 속 영면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마광수는 1989년 엮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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