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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의 부고 -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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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외국에서 살다가 말년엔 모국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그는 그리스와 캐나다를 떠돌며 평생 일했고, 번 돈 대부분을 가족에게 보냈다.
자식이 대학을 다니고, 친척이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덕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귀국한 지 4년이 넘도록 찾아오는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
전화 한 통, 편지 한 장도 없었다.
그의 이름은 잊혀졌고, 그의 존재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결심했다.
“죽음이라도 빌려야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겠지.”

그는 신문에 자신의 부고를 냈다.
마을에는 장례식이 열린다는 포스터까지 붙였다.
그리운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의 눈에 다시 ‘아버지’로, ‘친구’로 남고 싶었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나타난 건 큰딸 한 명뿐이었다.
그는 분노와 허탈함 사이에서 조용히 말했다.
“이제 진짜로 죽게 되면, 누구도 내 장례식에 오지 말라.”

그 말엔 원망보다 깊은 슬픔이 있었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 돌봐야 한다.
죽은 뒤의 눈물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의 부고는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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