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鄭守一), 1934년 11월 12일 ~ 2025년 2월 24일 (향년 90세)

1984년 아랍계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단국대학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그가 『문명교류학』을 펴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명교류학 연구자 정수일 선생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학문 연구의 정수이자 결정판이다.
육로, 해로, 초원로 등 여러 갈래로 이뤄진 고대 실크로드 교역이 한반도까지 이어져 있음을 입증하고, 아메리카를 포함하는 환지구적 해로 차원의 문명교류를 선구적으로 탐방하고 있다. 즉 저자가 문명교류학 연구에 끼친 중요한 성과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인간적인 삶의 척도는 우리 각자가 얼마만큼 문명을 향유하며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 무제한에 가까운 개방과 교류를 통해 문명이 전례 없는 보편성과 대중성을 띠면서 무한히 확장 · 심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인류는 ‘서로 교환하는’ 문명을 떠나서는 한시도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은 시대적 환경에서 저자는 문명과 문명교류에 관한 기초지식을 전수하고, 인류에게 ‘세계는 하나’라는 관점과 호혜적 교류에 바탕을 둔 평화의 정신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공생공영의 미래사회 건설을 위한 ‘범지구적 보편문명’의 실현이라는 ‘문명대안론’의 구상과 실천 방도를 모색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동서 문명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또 얼마나 닮았는가
큰 틀에서 이 책은 공유성에 바탕을 둔 문명의 개념 이해(1~5장)와 상이성에 바탕한 문명교류의 개념 이해(6~13장)를 주 내용으로 하며, 문명교류학의 지향점과 그 내용(14~15장)을 개괄적으로 다룬다.
우선 ‘동’과 ‘서’의 지정학적 개념을 살펴본 뒤(1장),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에 속하는 인간인 동양인과 서양인이 창출한 문명이 어떻게 서로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연원(淵源)을 탐구한다(2장).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원초적인 자연환경적 연원과 고고학적 연원, 사회경제적 연원, 가치관적 연원 등 각기 다른 역사적 연원 속에서 찾고자 하는데, 특히 가치관적 연원에서는 동·서양 가치관과 철학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상이성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문명이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통해 창출된 결과물의 총체라고 보는 저자는, 자생성(自生性)과 모방성(模倣性)만을 문명의 속성으로 보는 지금까지 학계의 통설에 공유성(共有性)이라는 속성을 추가했다. 그리고 문명과 문화가 위계적이거나 단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총체와 개체, 복합성과 단일성, 내재와 외향, 제품과 재료의 포괄적인 관계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요컨대 문화는 문명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이며 문명은 그 외형적 양상이라는 것이다.(3장)
저자 정수일은 1934년 중국 연변에서 출생해 연변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중국 국비유학생 1호로 선발되어 이집트 카이로대학 인문학부에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이후 북한으로 귀국하여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교수를 지냈고, 튀니지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시아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1984년 아랍계 필리핀인 ‘깐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단국대학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출소 후 문명교류학 연구자로서 학술답사와 강의·연구·집필에 전념하는 한편 종횡 세계일주를 수행했다.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았으며, 21세기 민족주의포럼을 결성하고 제3대 세계실크로드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에 2025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깐수'를 기억하는가 - ABC뉴스
ABC뉴스=백성원 기자 / \'깐수\'를 기억하는가.지난 1984년 아랍계 필리핀인 ‘깐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단국대학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던
www.abc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