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온한 책이다.
책에 적힌 가격은 16,666원이다. 알라딘은 16,666원, 교보문고는 16,670원으로 표기한다. 파는 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만들고, 편집하고, 찍어 낸 쪽의 마음만 남아 있다. 팔리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그런 태도처럼 보인다.
고양시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을 뺴고 18개 중에서 4곳에서 보유하고 있다. 22.2%다.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남긴다.
전국에 1,000개 도서관이 있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팔렸을 것이다. 또 그 만큼은 팔렸을테니, 초판을 다 팔았을까?
인터뷰집이 아니다. 통상 인터뷰란 인터뷰이에 주목한다. 걸어온 궤적, 획득한 자본, 구축한 세계 ……. 발화 속에서, 자료 속에서, 이러한 자국을 탐색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없고 무엇보다 관심이 별로 없다. 오로지 인터뷰어-저자의 판단과 실천에 주목했다. (편집 후기)
기획 의도는 이해했다.
그런데 편집은 왜 이렇게 했을까.
읽으라는 것일까, 아니면 읽지 말라는 것일까.
인터뷰도 하고 정리도 해서 써 놓았으니,
읽는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 성의는 가지고 읽으라는 뜻일까.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절판된 책의 최후를 헌책방이나 도서관에서 하릴없이 독자를 기다리는 것쯤으로 상정했다. 그 끝이 폐기라는 현실은 결이 다른 비극이었다.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는 책과 형태를 잃고 사라져 닿을 수 없는 책이 주는 감각의 차이는 컸다.
거래종료요청서
더 이상 출판사 운영을 하지 않게 되어 물류창고 이용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모든 도서를 폐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단 종별 20부씩 보관하여 주시면 추후 방문하여 술령하겠습니다.)
망했다, 폐업했다, 문을 닫았다. 출판사의 끝을 의미하는 단어 중 어느 것도 탐탁치 않던 자리에 ‘돌아가다다라는 단어를 넣었다. 사라진 별이 우주 공간으로 돌아가듯, OOO를 구성했던 모든 물질이 제자리로 돌아가 출판계를 이루고 있다.
왜, 폐기해야 할까.
나름의 이유를 품고 세상에 나왔지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폐지로 가야 할까.
그래야만 하는 사정은 있겠지만, 누군가는 지금도 절판된 책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유통 채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본의 논리로 어찌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책 때문이라면, 이건 분명 이상하다.
책을 상품으로 취급하면서 표지를 바꾸어 팔고, 책보다 굿즈에 힘을 쓰다가, 폐기하는 순간에만 문화로 대하는 태도. 이 모순은 너무 오래 방치되어 왔다.
할 일이 있을 때는 끝을 생각하기 어렵다.
책 만드는 과정을 더 상세히 알게 되었다. ‘기획 - 원고 집필 - 편집 - 디자인 - 인쇄 - 출간 - 유통 - 홍보·마케팅’. 멀리서 보면 유유히 흐르는 출판 과정을 줌인하면 북디자이너가 ‘판면의 하단 여백을 25mm로 할 것인 지 22.6mm로 할 것인지, 첫 행 들여쓰기는 3.35mm가 좋을지 3.3mm가 좋을지, 본문 시작을 9행부터 할 것인지 10행이 좋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눈이 둔한 독자는 보여도 보지 못 하는 요소이다. 독자를 유혹하는 표지 디자인이나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기 좋은 글자체, 행간을 읽어 내기에 적절한 행간을 정하는 일은 앞에서 한 ‘헛된’ 숙고에 비하면 독자와 대면하는 수준의 일이다.
일반 독자는 보여도 보지 못하는 것이 편집이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남의 돈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은 아닌지,
보고 싶은 것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만든 것인지.
‘눈이 둔한 독자’는 보이지만,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기왕 열린책들과 관련 있는 (열린책에 근무했던) 글이니 묻고 싶다.
열린책들의 문학전집은 왜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다.
문장을 따라가도, 행간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행간이 좁다.
충분히 고민했을지라도, 그 고민이 결국 자기만의,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만들어진 여백은 아닐는지.
그래서 가능하면 열린책들보다 가독성이 좋은 다른 책을 찾는다. 나는.
우린 결국 책의 끝을 마주하지만
책을 만든다는 건 어떤 경험을 담는 일이기도 하다. 흰 바탕 위 까만 활자 안에 그냥 흩어져서는 안 되는 목소리를 싣는 것이다. 관심 없어 하는 타인에게 어떤 문제를 들여 다보게 하고 서로 연결 짓는 일. 책의 전지전능함을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책은 분명 좋은 변화를 끌어내는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좋은 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때문에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다른 책을 펼치듯 …”
출판사가 계속 생기고 사라지는 이유는
책을 읽는 독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책을 내고 싶어하는 —쓰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계속 생겨나기에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출판사는 생기고 사라지고 할 것이다.
가드,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
임프린트는 출판사에서 브랜드 다각화를 위해 브랜드를 가지치기하여 운영하는 방식인데, 지금은 대형 출판사뿐 아니라 중소 출판사에서도 이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출판시장은 호황과 성장의 시기를 맞이했고, 1996년에 한국은 WTO에 가입하면서 출판시장을 개방했다. 이 성장과 변화의 시기에 대형 출판기업가 탄생했는데, 이들은 자회사 제도 · 분사 제도 ·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규모를 확장하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분화 했다.
요즘은 1인 출판사에서도 임프린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는 회사의 유능한 편집자나 외부의 편집자를 섭외해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게 한다.
하지만 보통 2년마다 매출 성과를 통해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임프린트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피를 말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 임프린트 제도의 철저한 매출 결과주의가 있었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게 모두 좋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임프린트도 그 중 하나일게다.
계열의 확장으로 진행하고자 하지만
결국 매출,
효율적인 정리를 위한 그런 좋은 모양새를 갖추는 것,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과는 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는 기회이기에
나쁜 것은 아니다.
곁가지를 보살피는 순간
출판사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했다.
“노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용돈 200만원만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0여 년 전에 시작해 현재까지 50여 종의 책을 출간해 냈다.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비결이요? 정부의 돈이죠.”
책을 기획하고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자료적 가치가 있어야 해요. 오래 남을 책, 두고두고 책장에 꽂힐 책.”
“책은 결국 기록이예요. 사라지지 않게 붙잡는 일.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먹어도 할 수 있는 내 일,
출판과 관계없는,
책을 좀 읽었다는, 책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한데 결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출판사를 시작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절대 소박한 이유는 아니다.
10년 동안 지속한다는 것은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지속가능한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다만, 그게 ‘정부의 돈’에 매이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지만,
이 또한 현실이다.
꼭 출판이 아니더라도.
책을 낸다는 것은
꼭 많이 읽히게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두고두고 책장에 꽂히게 하는 것,
그게 출판이 아닐까
하는 것에 공감한다.
끝, 책 | 맹현 외
사라진 출판사, 독립한 디자이너, 절판 위기의 작가, 출판 명가의 후손 등 책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책을 붙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끝, 책: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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