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쓰면서도 달콤한 초콜릿이다. 우리는 가장 싼 가격을 찾고, 가장 높은 임금을 원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건넌다. 결국 돈은, 우리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숫자로 번역해 주는 장치가 된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고, 인간관계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익숙하고, 그래서 의심하지 않는 해석이다.
돈은 숫자이고, 숫자는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비교는 판단을 바꾼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기준보다 돈에 더 큰 무게를 싣게 된다. 가격은 우리를 더 절약적으로 만들고, 동시에 더 욕심내게 만든다. 물질적인 선택을 더 쉽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만든다.
저자에 따르면,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다. 인간에게는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두 개의 초콜릿이 있다. 하나는 작고 하트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크지만 바퀴벌레 모양이다.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더 큰 바퀴벌레 모양을 고른다. 그러나 어떤 초콜릿을 먹을 때 더 즐거울 것 같냐고 묻으면, 대부분은 하트 모양을 선택한다.
우리는 더 즐거운 선택을 알면서도, 더 큰 것을 고른다.
가격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인간이 반응하도록 설계된 가격이 존재할 뿐이다. ‘진정한 가치’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고급 주방용품 회사 윌리엄스 소노마는 한때 제빵기를 279달러에 출시했다. 이후 더 큰 모델을 429달러에 내놓았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429달러 모델은 실패했지만, 279달러 모델의 판매는 두 배로 늘었다.
같은 제품이었지만, 비교 대상이 생기자 가격의 의미가 달라졌다. 279달러는 더 이상 비싼 가격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다.
우리는 가격을 보고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비교 속에서 선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에 속지 않는 방법은 자급자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이다.
차라리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나는 지금, 가격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가격을 만든 사람의 시선을 보고 있는가.
—가격은 없다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동녘사이언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