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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예닐곱 살쯤 됐을 거야. 붓글씨를 배우다가 심심해진 우리는 패를 갈라 울타리 밑에 콩 심기 내기를 했어. 우리집 울타리 밑이었으니까 나는 콩이 얼마나 자랐는지 잘 지켜볼 수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동네 형이 심은 완두콩에서 먼저 싹이 나는 거야. 내 콩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슬그머니 가서 싹이 난 콩 대가리를 딱 잘라 버렸어. 이젠 부끄러워서 누구한테도 고백을 못했던 일이야.
할아버지는 그 작은 완두콩 하나를 여태 잊지 못했어요?
- 그래.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나중에야 깨달았거든. 완두콩 하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정성을 쏟아야만 한단다. 그런데 나는 남한테 이기고 싶은 마음에 그걸 죽여 버렸잖아. 우리 나라를 못살게 굴던 일본 제국주의나 독재자들, 그 나쁜 사람들이 한 짓과 내가 한 짓이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
설마, 그래서 완두콩보다 작은 조 알갱이 하나라는 이름을 쓰신 거예요?
- 맞아. 작은 조 알갱이 속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그 이름을 썻어. 이제 내 애기는 그만 듣고 나가 놀렴. 대신 밥을 먹을 때 말이야. 밥 알 하나 키우는 데도 바람과 비, 햇빛, 땅, 농부 그리고 부모님의 땀까지, 온 우주가 힘을 모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 밥이 바로 하느님이거든.
장일순 선생님의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하여 나온 책입니다. 제가 먼저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느낀 감동을 같이 전하고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책 읽은 아이에게 느낀점을 묻지마라고 했는데 제가 원하는 쪽으로 아이의 감정을 몰아가려고 했습니다. 이 또한 버려야 할 것입니다.
<좁쌀 한 알>에 나온 선생님의 일화가 대부분 나와 있습니다. 조금 만 더 쉬운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책입니다. 단 아이보다 먼저 부모님이 먼저 읽어 보는게 좋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그것을 실천해 온 '진짜 살림꾼' 장일순 선생님의 마음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김선미 글, 원혜영 그림/우리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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