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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육아育兒는 육아育我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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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얼마전 책 읽은 아이에게 느낀점을 묻지마라에 적었습니다. 한데 또 다른 책 읽어주기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한데 참 쉽지 않습니다.

책 읽어주기 최상의 방법은 '무격식'을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지만 제가 했던 이야기와 유사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확인하는 과정으로 여기거나 국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는 인상을 들게"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로 느낀 점을 묻지말자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한데 "무작정 읽어주기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고 말합니다. "질문이 효과적"이라 말합니다. 여기서 제가 가졌던 생각과 충돌이 일어납니다. 질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책 읽은 아이에게 질문을 해야 하나요 하지말아야 하나요. 질문의 스킬이 좋다면 질문도 효과적이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효과적인 질문의 스킬이 없기에 무작정 읽어주기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자유로운 책읽기를 위하여 묻지 않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책을 읽어주기로 마음먹었으면 순수하게 읽어줘야 합니다. 책 읽어주기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다가 아이가 반응이 좋으면 슬슬 욕심이 생깁니다. 책을 읽어준 후에 몇 마디 물어보는데, 그 질문 방법이 잘못되면 아이는 그것을 ‘평가’로 여기게 됩니다. 엄마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여기거나 국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는 인상을 들게 합니다.

“네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겠니?” “……” “부담 갖지 마. 편하게 얘기해. 그냥 네 생각만 얘기하면 돼.” “……” “정답은 없어. 그냥 네 생각만 얘기하면 돼. 편하게!” “……”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과연 우리 아이의 불편했던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기라도 하는 걸까? 질문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법입니다.

독서지도를 다룬 책들을 보면 대개 독서 전후 활동 때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 표지를 보고 내용 상상하기, 책을 읽으며 다음 장면 상상하기, 책을 읽은 후 재미있었던 부분 말하기, 그 이유 설명하기,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보기,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등의 방법을 조언합니다. 이런 지식을 알고 있기에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이의 대답이 신통치 않습니다. 도통 대답을 하지 않거나 엄마가 원하는 수준의 답을 듣기 어렵습니다. 엄마도 답답하지만 아이의 마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죠.

초기 독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질문의 부담을 없애는 것입니다. 질문이 부담스러울 때 독서는 놀이가 될 수 없으니까요.

무작정 읽어주기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순수하게 읽어주기만 해도 좋지만, 독서지도를 통한 부가적인 효과들, 예를 들어 공감 능력, 추론 능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는 질문이 효과적입니다. 질문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은 부담스럽지만, 그러나 질문은 생각을 자극합니다. 질문을 하되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죠. 그것이 바로 무격식의 대화 방법입니다.

무격식이라 함은 마치 엄마가 평소 수다를 떨듯이 얘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격식을 버리는 것이 오히려 최선의 독서지도 방법이라는 뜻이죠. 그냥 편하게 읽다가 중간 중간 엄마의 느낌을 말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묻지 말고 엄마의 느낌을 먼저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엄마의 마음속 생각을 충분히 들어본 아이라야 자신의 맘속 얘기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다.)
“아~ 화분이 깨졌네. 속상하겠다.” (주인공의 마음을 엄마가 공감한다.)
“어, 하필이면 벌써 종이 울렸담, 나쁜 어린이표를 또 받겠네.” (엄마 혼자 중얼거린다.)
“어, 그런데 두 개를 받았네. 뭐야, 그럼 벌써 세 개잖아. 학교에 남아야 되잖아.” (계속 중얼거린다.)
“얘는 왜 자꾸 나쁜 어린이표만 받을까, 나쁜 어린이는 아닌 것 같은데…….” (엄마의 독백)
“아, 기분이 정말 좋지 않겠다. 일부러 나쁜 짓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정말 억울하겠다. 그치?”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됩니다. 최대한 엄마가 읽으며 혼자서 느낌을 말하다가 몇몇 부분에서 아이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그렇지 않니?” “그렇지?”와 같이 가볍게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먼저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큰 부담 없이 “응.” “나도 그래.”와 같이 얘기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네 생각은 어떠니?”와 같이 주관식을 요구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당분간 아이에게 가볍게 동의를 구하는 수준 정도의 질문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며칠 정도 익숙해지면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의심이 사라집니다. 그런 후에야 조금 발전된 대화가 가능합니다.

“앗, 선생님한테 들켰다. 어떡하지?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왔을까, 아니면 계속 숨어 있었을까?” “선생님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네. 선생님이 어떤 분 같아?”

이런 식의 대화도 가능해집니다. 초기 독서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다 덮고 난 다음에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엄마의 느낌을 계속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대화하듯 자연스레 묻는 것입니다. 설사 아이가 대답을 잘 하지 않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록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더라도 머릿속에는 이미 자극을 받아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생각하며 듣기’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생각하며 읽기’까지 진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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