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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위로의 레시피 : 음식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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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일반적인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잡고 간간히 추억을 거슬러 올라갈때를 제외하고는 책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그러한 뜻으로 먼저 저자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간곡히. 사실 나는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읽었고 지금도 잘 모른다.

제목처럼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아니라 내 영혼의 위안을 주는 '위로의 레시피'다. 저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있다. 입가에 미소를 머물게 하는 음식, 기억하고 싶지않은 음식(아마도 같이 먹은 사람이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도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을 더듬을 수 있게 만드는 레시피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어떻게 표현할지 갑갑한 생각만 들었다. 책을 읽고 몇 자 적은 것이 바로 "참 오묘한 책이다. 단순한 레시피인줄 알았더니 추억의 부스러기를 꺼내 정신을 못차리게 한다"라는 것이다. 정말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책이다. 한데 성석제는 이 책을 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에 대한 더 이상의 말도 필요없어 보인다. 그의 말보다 더 좋은 것은 책을 읽고 추억의 부스러기를 느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비유한다면: 재미의 소스가 듬뿍 뿌려진 이야기 샐러드, 웃음 수프, 눈물과 사랑, 위로의 스테이크, 순진하고 엉뚱하고 대책 없고 아름다운 청춘의 파스타, 기발한 모험의 와인, 예리한 감각의 나이프, 좋은 문장의 포크, 추억으로 만든 따뜻한 커피가 모여 있다. 이렇게도 삶이 정의된다. (성석제)

책을 다 읽고 제목을 다시 보았다. 원래 있던 제목 "39 Delicious Stories & Living Recipes"를 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제목을 잘 지었을까? 가슴에 확 와닿는 제목이다. 'Delicious Story'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문에 과거로 갈 수 있으니 제목처럼 달콤한 이야기이다. 그 삶의 이야기에 부가적으로 곁드려진 단지 작은 음식들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비숫한 시기에 대학을 다닌 것 같다. 이야기 곳곳에 그러한 느낌이 난다. 몇 학번이야라고 따져물을 정도로 미개(?)하지 않기에 그렇겠구나 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나중에 인터넷 서점에서 보니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신상정보에 출생년도까지 나오는 것인지 이번에 알게되었다.) 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없이 살았다. 지지리 궁상들도 많았다.

책의 제일 첫 장에 나오는 (그래서 임펙트있게 다가 왔는지도 모를일이지만) 계란말이(책에서는 달걀말이이지만 입에 잘 붙지않아 계란말이라 하고 싶다)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목숨걸고 먹었을까? 하지만 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계란말이는 빠지지않는 필수 안주목록 1호다. 아마도 그 시절 먹지 못했던 여한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계란말이도 좋지만 책표지에 나와있는 노란자를 깨지않은 계란 후라이는 정말 먹고 싶은 것이다. 식당에서 메뉴에도 없다. 그러니 돈을 주고 사먹을 수도 없다.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집에서 먹거나 식당 아줌마를 친한 이모로 만들어 내 집처럼 해달라고 하는 방법이외에는 없다. 그러한 이모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추억의 저편이 되었다.

왜 39개의 이야기인지 무척 궁금하다. (절대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저자를 만나 소주를 한 잔 기울인다면 왜 39개 이냐고 묻고 싶다. 39과 40살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걸 의미한 것일까? 그저 생각해본다. Queen의 39이 생각난다. 사실 이야기가 39개면 어떻고 40개면 어떠랴. 그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보면 각자의 이야기가 떠오르니 39이 아니고 나에게는 78개의 달콤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따른 추억의 부스러기를 하나씩 풀어 보련다. 이 책은 추억이라는 것이 사전에서만 있는 것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부스러기라도 주어서 먹으면 좋지않겠는가. 꼭.


위로의 레시피
황경신 지음, 스노우캣 그림/모요사


덧붙임_
모요사, 2011년 5월 초판 1쇄

덧붙임_둘
이 책을 읽으니 박완서님의 꽁트가 떠오른다.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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