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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당연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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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와 위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있다.
당신 집은 딱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물건을 사겠는가? 물건은 양 손에 들 수 있지만 가볍지는 않다.



비싼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느니 또는 중간에 슈퍼가 있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는 두 곳밖에 없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물건을 사겠는가?


김광희의 <창의력에 미쳐라>에 나오는 질문이다. 저자의 질문은 사고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사고에 주력하라는 내용의 글이다. 창의력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인간이 합리적인가에 대하여 묻고 싶다. 합리적이기보다는 '당신은 현명한가'라고 묻고 싶다. 위 질문에 정답은 없다. 현명하다면 아마도 이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가정뿐이다. 이 또한 기존 경제학의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현명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들러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편의점B로 가야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현명하지 못하다. 물건을 사고 나서 내려오는 편이 훨씬 편하지 않겠는가. 편의점A 이건 편의점B를 선택하든 사는데 문제없다. 느끼지 못하면 약간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것에 '왜?'라고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자.



계산기와 전화기의 번호 배열이 다르다.


이것을 인지하는 '현명한' 인간이 얼마나 많을까? 나를 비롯하여 이 글을 보는 많은 인간이 주어진대로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응도 인간 대부분이 다르지 않다. 어 정말 배열이 다르네, 언제부터 바뀌었지, 왜 이렇지 ... (전화기와 계산기 버튼의 배열과 왜 이렇게 타협(?)하였는지에 대한 것은 헨리 페트로스키의 <디자인이 만든 세상>을 보라)

계산기와 전화기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하고 주어진 대로 충실하게 길들어 있다. 마트의 상품 배열에서 필요없는 물건을 하나 더 넣는다. 계산대 앞에 있는 물건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에만 음악을 틀어 나를 혼동시키는 줄 알았다. 한데 식당에서도 바쁜 점심때는 빠르고 흥겨운 음악을 튼다. 물론 잘 들리지 않게. 나도 모르게 밥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 저녁에는 반대로 스탠다드 계열의 음악을 틀어준다. 천천히 시간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많이 먹으란다. 과연 나라는 인간은 현명한가. 무의식적인 반응을 노리는 많은 것을 둘러보자.

테크놀로지의 사용자가 기하학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안의 배치는 완전히 다른 두 번호판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며 어렵지 않게 쓴다는 사실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람의 복종이나 지배력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본성 속에는 당면한 과제에 지체없이 적응하는 특성이 있는 듯하다. 이 말은 인간이 기계가 되었음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에 대한 찬사이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인간에 대한 찬사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이 왜 이럴까, 이게 당연하냐고 반문해보자. 많은 게 달리 보인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너희가 주는 대로 받아먹는 돼지가 아니다.




디자인이 만든 세상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생각의나무

창의력에 미쳐라
김광희 지음/넥서스BIZ


덧붙임_
저탄소의 음모 : 책 권하는 사회
바나나에 씨가 없는 이유는? : 바나나에 대한 불편한 진실
사실이 사실이라 말하는 사실이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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