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김수영의 詩는 읽지 못하고 詩 김수영만 읽다

반응형


가을이라는 이유로 <김수영전집>을 빼들었다.
예전에는 김수영이 난해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어렵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몇 년만에 꺼내 본 김수영은 어려웠다. 그의 시가 바뀐 것도 아닌데 어려워졌다.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또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김수영전집을 옆에 두고 <거대한 뿌리>를 꺼내들었다. 김수영의 詩를 보고자 한 것이 아니라 김현의 해설이 보고 싶었다. 김수영의 詩 보다는 김현이라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수영의 시적 주제는 자유이다.
그는 자유를 시적 시적, 정치적 이상으로 생각하고, 그것의 실현을 불가능케하는 여건들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시가 노래한다라고 쓰는 것은 옳지않다. 그는 절규한다.


결국 김수영을 들추다가 옆에 있는 김준태를 꺼내들었다. <참깨를 털면서>이다. 거기서 생각치도 않았던 김수영을 만났다. 김준태의 시집에 김수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김준태의 <김수영>은 그의 시 <폭포>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김수영은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지는 폭포이다.



金洙暎 - 김준태

당신의 美學은
꽃을 움직여 보고 꽃을 말한다.
당신은 그만큼 흔들리는 美學에 충실하다.
당신은 비참을 노래하면서도
유쾌한 冠形詞를 앞장세운다.
敵의 칼날에 잘려진 모가지처럼
당신의 言語들은
최후까지 눈을 부릅뜰 줄 안다.
쓰러진 時代를 다시 일으켜
그 내부를 다시 확인할 줄 안다.
얼마 남지 않은 저항의 餘裕를
통째로 안고
언제나 젊은 애들과 싸운다.
젊음을 갖기 위하여 젊은 애들과 싸운다.
오오 폭포여
群衆의 바다로 흘러간
폭포여!




新金洙暎 - 김준태

두 손으로 깊이 얼굴을 묻어도
빠져나가는 한 表情은 있다
그것은 빛나면서까지 빠져 나가는데
당신은 그렇게 消耗되어주고
최초의 출발이 되어주고
최초의 출발 뒤에 오는 여운을 밝혀
永遠은 永遠으로 받아들인다.
알몸은 피와 함께 대해 주고
꼭 한번은 弱者의 행세를 한다
몰래 우는 꽃잎을 아는 까닭에
꽃잎에 박힌 햇살의 길이를 아는 까닭에
弱者의 서러워하는 긍지를 빼았고
그것을 펄럭이는 사랑이라 말하고
밤에는 窓 몇 개를 더 연다
자라나는 싯귀에 달빛이 묻어
조금씩 시냇물소리를 낼때
단련받지 않는 것은 모두 시냇물소리를 낼 때
뼉다귀뿐인 싯 귀를 비틀려는
녹쓸은 밤바람을 팽개쳐버린다.
구멍난 時代를 꿰매는 아내의 눈망울을
美學의 페이지를 덮어주고
바늘에 찔린 아내의 손가락에서
莫强한 압력을 느끼면서 배우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이 보아질 때
大地인 당신은 大地에 누워
全速力을 준비하는 침묵으로
잠깐동안 불을 끄고 불을 안고 있다.




瀑布 - 김수영

瀑布는 곧은 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向하여 떨어진다는 意味도 없이
季節과 晝夜를 가리지 않고
高邁한 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金盞花도 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醉할 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懶惰와 安定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幅도 없이
떨어진다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덧붙임_
<참깨를 털면서> 창작과비평사, 1978년 12월 재판
<김수영전집> 민음사, 1989년 9월 7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