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다 : 삼국지연의의 소설적 매력

2012.02.25 07:30 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청나라 역사학자 장학성은 삼국지연의를 두고 칠실삼허七實三虛 즉 "열에 일곱은 사실, 셋은 허구"라 했다. 실제 삼국시대의 실록인 진수의 <삼국지>,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나오는 인물과 사실의 큰 흐름은 일치하지만 사건의 상세한 부분은 사실과 어긋나거나 전혀 없던 픽션이 많이 나온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인물은 1233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500년 넘게 사랑받지는 않을 것이다. <삼국지연의>가 칠실삼허라 하지만 소설이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한데  삼국지연의는 재미가 너무 많아 흥미진지한 소설이다. <수호지>, <서유기> 그리고 <금병매>와 더불어 4대 기서로 불린다. 이중 재미는 <삼국지연의>가 으뜸이다. <서유기>는 허황된 이야기이고, <수호지>는 쓸데없는 도둑놈 이야기고, <금병매>는 참으로 있을 법한 인간의 이야기지만 <삼국지연의>는 충의의 교훈이 있고, 생활의 지혜가 있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인간 군상들이 나오니 거기에 영웅도 있고 모사들도 있으며 수 많은 장군들도 나온다. 그들의 활약상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삼국지연의>가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삼국지연의>의 남다른 기술 방법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1. 역사적 사실의 앞뒤를 바꿈(실제 사건을 좀더 그럴듯한 인과 관계로 재편)
2. 복잡한 사실을 단순화하고 단일화한다.
3. 별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는다.
4. 사건을 다른 인물에 관한 일로 바꿔 놓는다.
5. 사건의 일부를 다른 사건으로 인용한다.
6. 역사적 사실을 인용한 픽션
7. 사실의 오해나 픽션에 따른 픽션
8. 사실을 벗어난 픽션
9.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추가
10. 복수의 역사적 사실 중에서 선택(사실과 진실)
11. 생략(편리한 역사적 사실만 일부 골라내고 나머지는 삭제한다)

삼국지연의 삽화. 조조가 유비를 초대해 매실을 안주로 천하에 영웅이라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대화하는 장면.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각 이야기의 원천과 구성 방법은 대단히 복잡하다. 그리고 명나라 초기에 일단 완성된 뒤에도 새로이 이야기를 끊임없이 더하면서 변화해 왔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해서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모종간본>이 이어져 온 것이다.

모종강은 자기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그러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고본으로 꾸며 내고, 그에 따라 현실에 존재하는 텍스트를 속본이라고 비판 개정하였다. 이것은 당시 소설 개정자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의 주장은 황당무계를 배제하고 사실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픽션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결국 모종강은 역사적 사실의 성격에 합치하고 그것을 강화하는 범위 내에서의 픽션을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제하려고 했다.

모종강이 <삼국지연의>에 역사적 사실을 강화해 갔다. 그러나 모종강도 역사 자체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소설이라는 텍스트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갈 수 있는 곳까지 되돌아가고, 또 역사적 사실에 아직 이르지 못한 픽션은 전부 의사사실疑似史實로 만들어 끼워 넣어 버렸다. 모종강본이 정통론正統論적 사관이 대단히 강하게 고취되어 있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사실(? 사건)을 실제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이렇게 되자 역사 쪽에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게 된다. 소설 <삼국지연의>는 '열에 일곱은 사실, 셋은 허구'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삼국지의 영광
김문경 지음/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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