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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3월 5주 새로 나온 책


사람들은 집값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고민할 때, 매도 호가의 영향을 받는다. 만일 매도자가 부르는 값이 높다면 낮을 때보다 그 집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살 때 자의적으로 목표주가를 정해 놓으면 별다른 수익이 없어도 이 목표주가에 근접할 때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별 의미 없는 숫자라도 한번 정해 놓으면 거기에 집착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표현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해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저자는 “미지의 양을 추정하기 전 그 양의 가치를 추정해볼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추정치는 사람들이 미리 생각하고 있던 숫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닻의 이미지는 숫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결심하더라도 계속 남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새로운 개념의 경제학이지만, 그 중심엔 심리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을 경제 및 사회활동의 주체로 정의한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서의 인간, 그 인간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조종하고 이끄는 ‘생각’이다. 카너먼이 노벨상을 받은 후 수많은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창시자의 책은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에서야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커너먼의 행동경제학에 관한 첫 대중교양서로 출간 당시 언론계의 극찬을 받았다.

카너먼은 이 책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활, 즉 인생의 근원인 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직관을 뜻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이성을 뜻하는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가 바로 그것이다.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는 동물적 감각의 순발력이나 러시아의 수도를 떠올리는 것처럼 완전히 자동적인 개념과 기억의 정신활동이 ‘빠르게 생각하기’다. 반면 전문가의 해결책이나 복잡한 수학문제의 정답처럼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지 않는 문제의 답을 심사숙고해 노력하는 사고방식이 ‘느리게 생각하기’다.

이 책의 명대사 하나. “세상은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여기에 붙은 진짜 명대사 또 하나. “인간이야말로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김영사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 오늘도 내 머릿속 한판승부
첫인상으로 판단하는 당신 인간적이네요
당신이 합리적이라고 믿는다면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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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는 누가 뭐래도 ‘보이지 않는 손’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다. 하지만 100년 뒤면 경제학의 아버지가 애덤 스미스가 아니라 찰스 다윈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경쟁의 종말>의 지은이 로버트 프랭크는 자유주의자들의 문제 해결 방식인 ‘경쟁이 사회 전체의 최대 이익을 창출한다’는 믿음 자체가 ‘탐욕’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대안으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제시한다.

자유 경쟁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상위 1%를 위한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를 보장한다고 믿지 않았는데도,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이 최대 이익을 창출한다면서 늘 완전한 자유시장을 주장한다. 정부를 낭비의 근원이라 공격하며 ‘보이지 않은 손’의 위대함을 여전히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기생충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에게 음식을 먹지 말라고 요구하는 의사와 같다”고 일갈한다. 때론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아닌 정부만이 가장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 오히려 낭비를 일삼는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출(투자)하지만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지출(투자)하기 때문에 중복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경제학과 접목시키며 말코손바닥사슴을 소개한다.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에게 큰 뿔은 번식 경쟁에서 이기는 최대 무기다. 돌연변이로 뿔이 커진 수컷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돌연변이는 빠르게 퍼진다. 하지만 뿔이 커지면 울창한 숲속에서 기동력은 떨어지고, 외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더 쉬워진다. 그러나 수컷들이 종족 보존을 위해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대화합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무한경쟁 세계인 숲에서 어떤 수컷도 스스로의 뿔을 줄이지 않는 것처럼 자유시장의 무한경쟁이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방편이란 것이다. 지은이가 100년 뒤 경제학의 아버지로 찰스 다윈을 지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중산층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처럼 지은이는 중산층의 몰락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경쟁이 아니라 ‘분배’만이 경제적 파이를 키워 몰락한 중산층을 살리고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선결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누진소비세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 원론적 대안에 지은이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을 더한다. 이미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의 이름을 딴 ‘피구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탄소세, 혼잡통행료, 담뱃세 등이 대표적인데, 지은이는 “자동차 중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놨다. 중량이 무거운 차일수록 충돌 때 상대방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전세계적으로 공고해지면서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결국 경쟁이 아니라 분배가 대안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자와 빈자, 개인과 사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할 때”라는 지은이의 절박한 외침이 바로 오늘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은 손’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쟁의 종말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안세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보이지 않는 손은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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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짜리 주간 신문으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20세기 ’진보언론의 영웅’ 이사도어 파인슈타인 스톤(1907-1989)의 평전이 번역돼 나왔다. 미국의 기자 출신 유명작가 마이라 맥피어슨이 지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권언유착에 맞서 저널리스트의 참모습을 보여준 스톤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이지(Izzy)’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스톤은 뉴욕과 워싱턴을 중심으로 주류언론에서 활동하다가 1953년 1인 독립신문 ’I.F. 스톤 위클리’를 창간했다. 그는 취재·집필·편집·발행·배포를 혼자 도맡았고 광고를 일절 싣지 않은 채 구독료만으로 버티며 매주 4쪽짜리 신문을 펴냈다. 비록 미니 신문이었으나 공정성과 독립성이 이 신문의 자랑이었고, 1971년 폐간될 때까지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도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대다수 언론이 침묵할 때 미국의 냉전정책과 조지프 매카시의 ’빨갱이 마녀사냥’을 비판했고, 1960-70년대에는 언론을 통해 베트남전 참전 반대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을 벌였다. 무엇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통킹만 사건 특종 보도였다. 1964년 8월 미국 정부는 베트남 통킹만에서 미 군함이 북베트남의 어뢰정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고 발표하면서 베트남전 확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보도할 때 스톤은 조목조목 의문점을 제기하고 정부의 발표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결국 7년 뒤인 1971년 국방부 기밀문서가 언론에 폭로되면서 통킹만 사건은 거짓이었음이 공식 확인됐다.

이 책은 정부 측의 감언이설과 협박에 초연했으며, 업계에서 ’왕따’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진실을 추구한 스톤의 파란만장한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마이라 맥피어슨 지음, 이광일 옮김/문학동네

4쪽짜리 미니 신문으로 미국 뒤흔든 언론 영웅
정부의 모순 따졌다, 진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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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측근이었던 손탁의 동향을 주시했던 모양이다. 일제시대 펴낸 '경성부사'(1934년)는 명성황후가 러시아 세력을 이용하는 데 손탁과 웨베르 공사 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썼다. 또 손탁이 궁중음모에 관여했다고 적었다. "그녀에 의해 운동비를 얻은 주요한 인물들은 배일지 대한매일신보,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발간했던 영국인 토마스 베델, 학교교사로 있으면서 정치운동에 몰두했던 미국인 헐버트, 전기회사장 미국인 콜브란 및 독일인 크뢰벨 부처 등이다."

손탁이 결혼을 한 적이 있는지, 1909년 귀국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됐는지 구체적 확증은 없다. 일본인 기쿠치 겐조는'조선잡기'(1931년)란 책에서 손탁이 프랑스 칸에 별장을 짓고 노후를 여유있게 보내려 했으나, 재산 대부분을 러시아에 투자, 볼셰비키 혁명과 함께 몰수됐다고 썼다. 손탁은 1925년 러시아에서 71세로 객사했다는 것이다. 기쿠치 겐조는 손탁이 추문에 휩싸이지 않고 소중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며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기쿠치의 기술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손탁이 헐버트처럼 고종이 해외에 파견한 밀사였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이 일본의 보호에 전속되고, 경운궁으로부터의 밀사가 최후의 활동을 하고자 블라디보스토크로, 상하이로, 페테르부르그로, 파리로, 헤이그로 분주할 무렵, 그도 역시 표연히 고국으로 떠났다. 짐작컨대, 그의 포켓 가운데는 비밀문서의 몇 조각이라도 들어있지 않았을까?"

손탁 호텔
이순우 지음/하늘재

구한말 럭셔리 호텔 사장이 고종의 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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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에 ‘시김새’란 말이 있다. 화려함이나 멋을 더하기 위한 꾸밈음 정도로 정의하는 음악용어다. 하지만 우리 소리를 이해하는 데 이런 사전적 정의만으론 부족하다. 흔히 시김새가 좋은 소리는 인생의 온갖 세파와 신산고초를 겪은 뒤에야 낼 수 있는, 그런 아픔이 있는 깊은 소리로 알려져 있다.

김지하. 그가 ‘시김새’란 제목의 시집 두 권을 냈다. 1970년대 필화사건을 일으켰던 시집 ‘오적’,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을 냈던 그는 평생 저항시인, 민족문화운동가로 불려왔다. 불같은 청장년을 지낸 그도 이제 일흔한 살이 됐고, 시에는 다른 음조의 아픔이 배어 있다.

시김새 1
김지하 지음/신생(전망)

아내의 기침소리에 애끓는… 칠순시인의 처연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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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시간 정도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조작법, 8개에 불과한 부품, 혹한과 혹서, 습기나 모래 등 기후 환경으로부터의 자유로움 등은 이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남녀노소 모두를 명전사로 재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사이 인간존엄은 파괴되고, 인류는 자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AK47은 1960~80년대 냉전시대에 소련이 아시아, 아프리카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나서면서 현지에 이식됐다. 당시 이 지역 식민지 해방 투쟁 조직은 소련에게서 지원 받은 AK47의 힘을 앞세워 열강의 식민지배나 자본가의 압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도입된 일당독재 사회주의로 인해 국가 발전은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말 사회주의 종식 이후 소련으로부터 원조마저 끊기자 이들 나라의 경제는 급속도로 붕괴됐고, 국정은 혼란스러워졌다. 이를 틈타 AK47은 무차별 확산돼 나갔고 이들 나라는 점점 지옥처럼 변해갔다.

AK47의 마수에 사로잡혀 폭력과 살인이 일상이 돼버리고, 미래나 희망은 단어조차 잃어버린 아프리카 각국의 현실을 고발한다. 동시에 국가가 나서서 평화적 총기를 회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북쪽 소말릴란드 공화국을 대비시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소말릴란드는 민간이 보유한 총기 5만정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물론, 총을 소유한 전사들 중 2만명을 군인이나 경찰로 흡수함으로써 사회의 시한폭탄을 안전벨트로 만들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역사를 바꾼 총 AK47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민음인

이율배반의 무기 '역사를 바꾼 총 AK47'
핵무기보다 악랄한 '120달러짜리 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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