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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인터넷 서점 가격 할인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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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狙'란 원숭이를 뜻한다. 그 이름이 말해 주듯이 저공은 많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는 가족의 양식까지 퍼다 먹일 정도로 원숭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저공을 따랐고 마음까지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많은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먹이를 대는 일이 날로 어려워졌다.
저공은 원숭이에게 나누어 줄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 같아 그는 우선 원숭이들 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나누어 주는 도토리를 앞으로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줄 생각인데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한결같이 화를 내었다.
'아침에 도토리 세 개로는 배가 고프다'는 불만임을 안 저공은 '됐다' 싶어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 주마."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열자列子》 〈황제편黄帝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똑같은 것을 가지고  어리석은 자를 우롱하는 임시변통 행위나 간사한 꾀로 남을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 속이는 저공이 간괴한가 아니면 저공의 간사한 꾀에 속은 원숭이가 어리석은가. 어리석음과 간괴함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 속이려하는 데 속아주니 서로 윈윈이 아닐까? 원숭이들이 끝까지 저공의 제안을 거부했다면 저공은 한정된 양식때문에 결국 원숭이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고 그러하면 원숭이 중의 일부는 다른 곳으로 팔렸을 것이다. 저공과 원숭이는 각자에게 명분과 실리를 찾는 방법으로 '조삼모사'를 선택한 것이다.

동네서점을 찾을 수 없기에 그곳에서 책을 사본 일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다. 동네에 있는 체인점이 아닌 중형서점을 동네서점이라 말한다면 가끔있다. 대부분은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거나 시내의 대형 체인점에서 구매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로 구매하는 이유는 할인이 되고 적립금도 주며 대부분은 당일배송에 무료배송이다. 무겁게 시내에서 들고 오지않아도 되는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완전도서정가제를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출간후 18개월까지는 10퍼센트 할인에 10퍼센트 적립금을 준다. 18개월이 지나면 서점마다 각기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다. 하지만 (담합한 것처럼) 대부분의 서점이 유사하다. 일부 서점은 '최저가보상제'라는 명목으로 다른 곳보다 비싸면 차액을 마일리지로 적립해 준다.

조삼모사의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성어의 내용과는 다르게 조공과 원숭이 각자의 명분과 실리를 찾는 것이라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10퍼센트 이하로 판매되는 구간의 경우 중에서 15 퍼센트의 경우는 조삼모사의 원래 뜻인 "간사한 꾀로 남을 희롱하는 행위"이다.

15퍼센트 할인인 경우 대부분의 서점이 적립금 3퍼센트를 준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0퍼센트로 판매할 경우보다 소비자는 2퍼센트를 손해보고 구매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할인율이 높아졌지만 적립금까지 고려한다면 서점이 2퍼센트 이익을 보고있다. 최소 20퍼센트 할인이 되어야 10퍼센트 할인의 구매와 같아진다.


좀 더 쉽게 정가 10,000원의 경우를 계산해 보자.
10% 할인 + 10% 적립 : 정가 : 10,000원 할인가 : 9,000원 적립금 : 900원 ⇒ 1,900원 할인
15% 할인 + 3% 적립 : 정가 : 10,000원 할인가 : 8,500원 적립금 : 250원 ⇒ 1,760원 할인
15% 할인 + 5% 적립 : 정가 : 10,000원 할인가 : 8,500원 적립금 : 500원 ⇒ 2,000원 할인
20% 할인 + 1% 적립 : 정가 : 10,000원 할인가 : 8,000원 적립금 : 80원 ⇒ 2,080원 할인


15퍼센트 할인은 최소 5% 적립금이 되어야 신간과 같은 할인율이 된다. 완전도서정가제를 하지않아 출판사들이 어렵다고 한다. 유통 회사인 서점에게 이익이 더 남는다고 출판사에게 돌아갈 일은 만무하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왜 이런 할인율을 적용했을까이다. 소비자는 원숭이가 아니고 인터넷 서점은 저공이 아니다.

2012-05-27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덧붙임_
아무 생각없이 구매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혹 원래 10퍼센트 할인일때도 적립율이 3퍼센트 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임_둘
조삼모사의 대한 평소 생각을 적어보았는데 강신주가 비슷한 말을 했다. 사람 생각이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새삼스레 느낀다. 강신주는 비교하여 조금 더 고급스럽게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 보여주는 것이 모두 진실이 아니며 보여주는 대로 보아서는 안된다.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는 보통 굉장히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이곤 합니다. 하지만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원숭이를 정말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원숭이가 너무 많아져서 그가 원숭이들에게 줄 수 있는 도토리의 양은 하루에 일곱 개로 고정됩니다. 그래서 그는 이 일곱 개를 가지고 계속 제안하면서 원숭이들과 합의점을 만들어갑니다. 노나라 임금은 자기 식으로 그냥 밀어붙였지만 원숭이 키우는 사람은 밀어붙이지 않아요. 차이는 거기에 있습니다.
_ 강신주, 조삼모사? 멍청한 원숭이 얘기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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