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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7월 2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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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을 현혹시키는 채소의 색깔에 관한 이야기. 소를 풀어놓으면 초록색 짙은 풀은 놔두고 옅은 색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색깔 짙은 풀 옆에는 소똥이 있다. 소똥의 질소 성분을 흡수한 풀은 빨리 자라고 색깔도 선명해 인간의 눈에는 더 싱싱해 보이지만, 소는 본능적으로 옅은 색 풀이 자신의 몸에 더 좋다는 걸 알고 있는 셈이다. 그럼 흙은? 저자는 우선 흙에 남은 '비료의 독(肥毒)'을 빼내야 한다고 말한다. 땅을 파보면 화학비료는 흙에 섞이지 않고 뚜렷한 층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층은 온도도 차갑고 딱딱해 '죽은 흙'이라는 것. 이를 갈아엎고 밀·보리 등을 심어 몇 해를 지나면 뿌리가 흙을 파고들며 잘게 부수고, 미생물이 활동을 하면서 흙이 부드럽고 따뜻해진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요컨대 20세기 녹색혁명은 인류를 기아로부터 해방시켰지만 '더 달게, 더 크게, 더 많이' 수확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따라 식물이 충분히 건강하게 성장할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 재배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선 시종 '어, 정말?' 하는 의문이 들고 지금까지의 상식을 배반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워낙 생생한 실험과 실례를 들고 있기 때문에 점점 설득되는 느낌이 든다.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가와나 히데오 지음, 전선영 옮김/판미동

자연 재배 채소 구별법, 썩으면 × 시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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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이후 (인도) 캘리컷에서 확보한 후추 중 피로 붉게 물들지 않은 것은 없었다. 볼테르는 1756년 ’역사 일반과 제 민족의 습속 및 정신에 관한 시론’에서 후추를 둘러싼 유럽 열강의 각축전을 이같이 소개했다.

이제는 흔히 구할 수 있고 값도 싸서 어느 식탁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몇백 년 전만 해도 후추를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피비린내나는 전투를 벌였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 인류 최초로 세계 일주를 떠났던 마젤란이 앞다퉈 바닷길 개척에 나선 것도 후추 등 향신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잭 터너는 신간 ’스파이스’에서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 향신료와 대항해 시대 등 평소 즐겨 먹는 향신료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향신료가 유럽과 더 넓은 세계가 접촉하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유럽이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일찍이 저장 수단이 열악했던 시절 사람들은 향신료에 매료됐고 향신료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중세 유럽에서 향신료는 ’영혼의 조미료’였다. 이집트에서는 후추가 파라오의 육체를 불멸로 보존하기 위해 방부제로 사용됐고, 로마인들은 시나몬 연기가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생각했다. 중세 기독교인들은 향신료를 시신에 바르는 것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따르는 길이라고 믿었다.

향신료의 영단어 ‘스파이스’(spice)는 특별하다는 뜻의 ‘스페셜’(special)과 말뿌리가 같다. 그 매혹의 밑바닥엔 희소성이 있었다. 신비스런 동방에서 먼 길 지나 극소량만 왔다는 사실이 소유욕에 불을 붙였다. 로마·중세기 유럽 귀족들은 연회 음식에 향신료를 퍼붓거나 흩뿌리는 ‘멋’으로 지위를 뽐냈다. 후추 등은 국제통화·뇌물 수단으로 애용됐고, 상인들은 빚진 황제의 채무문서를 향신료와 함께 불사르는 탕감 이벤트로 아부했다. 18세기까지 역병의 나쁜 공기 기운을 막는 약재나, 발기부전을 치유하고 성감을 높이는 ‘정력제’로도 널리 쓰였음을 책 속 방대한 문헌기록들이 알려준다.

스파이스
잭 터너 지음, 정서진 옮김/따비

후추가 세계 역사를 바꿨다
‘신들의 음식’ 향신료 전쟁
‘영혼의 조미료’ 향신료의 역사와 인간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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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낯선 행성에 떨어지거나, 인류에게 대참사가 닥쳐 폐허가 되면 이전에 쓰던 가전제품을 나 혼자 만들 수 있을까." 런던 왕립예술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토머스 트웨이츠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 졸업작품전을 위해 그 생각을 실현해 보기로 했다. 토스터 만들기. 아침에 식빵을 굽는 그 토스터다.

부품과 재료를 모두 자연에서 구해 손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야심을 품었다. 우리 주위에 널려 있지만,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번드르르한 물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심오한' 이유를 덧붙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토스터 분해. 단순한 외관과 달리, 전선과 열판, 나사 등 부품만 400개가 넘었고, 철, 니켈, 운모, 플라스틱 등 재료만 100가지가 넘었다. 이렇게 복잡한 재료로 만든 토스터가 3.94파운드(약 7000원)밖에 안 된다니…. 트웨이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자는 '자급자족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규모 기아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일상용품 대부분을 대형 할인점이나 수퍼에서 사오는 현대 소비사회의 이면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상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대기와 하천 오염 처리비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든가, 모든 상품에는 사용 설명서와 함께 이걸 다시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해체설명서'가 필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엄숙한 결론보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현하려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더 흥미롭다. 이런 '여유'를 허용하는 사회에도 박수를!

토스터 프로젝트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뜨인돌

9개월만에 완성! '수제 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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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절도 전문국가 프랑스.’ 이 책의 소제목 중 하나다. 분노가 뚝뚝 묻어나는데 읽다 보면 같이 화난다.

수백년 수탈한 것도 모자란지 프랑스는 공짜로 아프리카 식민지를 독립시켜주지 않았다. ‘식민지 협약’이라는 강제 연대를 맺게 했는데 내용이 해괴하다. ‘세파 프랑’이라는 단일 통화를 써야 하고, 외환보유고의 65%를 프랑스에 예치해야 한단다. 천연자원을 독점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도 프랑스에 줘야 한다는 거다. 이 조약 탓에 코트디부아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비장 다리 공사를 중국보다 훨씬 비싼 값을 부른 프랑스에 맡겨야 했다.

어디 프랑스뿐이겠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는 콩고에서 여자와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남자들에게 상아와 고무 할당량을 채우게 했다. 반항하면 손발을 잘랐고, 제 몫을 다 못하면 가족을 죽였다. 공무원인 지은이 김명주씨가 아프리카개발은행에 파견돼 4년을 보내며 쓴 이 아프리카 입문서엔 검은 대륙의 눈물이 흥건하다.

지은이는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이야기를 해주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감을 시도한다. 유럽 나라들의 땅따먹기를 설명하며 한반도를 놓고 한국인은 쏙 뺀 채 조약을 맺은 미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엮어 놓는 식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빈틈을 빌미로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하면 우리가 이리도 원통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정은 어떻겠냐는 거다.

하지만 책 제목대로 백인의 눈에서 탈주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진출하기 전에 제대로 알자”라는데 아프리카를 우리가 활용할 타자로 놓는다는 점에서는 서구 열강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아프리카의 식민지 근성을 지적하는 대목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 수긍하기 어렵다.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김명주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아프리카 눈물의 씨앗 뿌린 제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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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을 사러 갔는데 2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마트에서 1만원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면 기꺼이 발품을 팔 것인가. 그렇다면 20분 거리에 있는 백화점에서 145만원 짜리 양복을 144만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양복을 사러 백화점을 옮겨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 출신 지식인 단체인 ’취리히 마인즈’ 설립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롤프 도벨리는 신간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내린 결정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때가 잦은지 낱낱이 찾아냈다. 식료품과 양복 구매 실험이 대표적 사례.

책에 따르면 걸어가야 하는 거리도 같고, 할인해주는 금액도 동일한데 양복을 사러 백화점을 옮겨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145만원에 비해 1만원이 사소해 보이는 ’대비 효과’ 때문에 이러한 비합리적인 소비 경향이 되풀이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첨단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번번이 어리석어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뭘까. 수렵과 채집 활동이 전부인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넘쳐나고 취사선택해야 할 상황도 급증하면서 ’생각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로또 번호를 직접 선택하려고 하는 ’통제의 환상’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 결정 50여 가지가 사례별로 소개한다.

스마트한 생각들
롤프 도벨리 지음, 두행숙 옮김, 비르기트 랑 그림/걷는나무

비합리적인 결정 되풀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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