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반 민중, 특히 이른바 어리석은 민중은 공자 성인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성인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공자를 공손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친근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내 생각에는 중국의 어리석은 민중처럼 공자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렇다. 공자는 물론 뛰어난 치국의 방법을 고안했지만, 그것은 모두 민중을 통치하는 사람, 즉 권력가를 위한 방법이었고, 민중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바로 "예는 서민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禮下下庶人"라는 것이다.
_노신 <민중과 공자>《차개정잡문이집》
한국에서 공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천여 년 전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論語가 21세기 한국 출판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어를 번역한 원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이나 자기 개발을 접목한 해설서 등 논어 관련 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2012년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
'논어 열풍'은 40대 독자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보문고의 구매층을 분석하면 40대가 35.5%이며 다음으로 30대, 30대 순이다. 공자나 논어를 40대가 많이 읽는다기보다는 40대를 겨냥한 책이 기획 출판되기 때문이다. 자기 개발에 한계를 느낀 40대가 고전을 통하여 마음을 다스리고 근본적인 삶을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출판사가 기획적으로 제목에 '40대'를 넣어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도 강하다.
다른 측면으로는 고전 읽기 열풍에 편승한 일시적이 시류일 수 있다. 논어를 번역한 원전보다는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논어 문구를 소개한다든지 처세 방법을 담고 있는 일종의 자기개발서로 공자와 논어가 판매되고 있는 점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보다는 지난 10년간 많이 팔린 자기개발서를 공자와 논어로 포장하여 고전 · 인문 열풍에 편승한 책이 많기 때문이다.
21세기 중국은 권력자가 그들의 목적을 위하여 공자를 되살리고 있고, 한국은 출판업자가 공자를 되살리고 있다. 백 년 전 노신은 권력자가 죽은 공자를 다시 살리고 목적이 달성하면 공자를 죽일 것이고 목적이 달성하지 않으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공자가 목적을 달성하든 달성하지 못하든 공자의 유행은 사라질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 유행이라 했던가. 그다음 유행은 무엇일까? 아마도 삼국지가 아닐까.
중국에서 공자는 권력자가 떠받들었고, 권력가나 권력가가 되려는 사람의 성인이었지, 일반 민중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런데 권력가도 공자를 모시는 데 한때 열심이었을 뿐이다. 공자를 떠받드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목적이 달성되면 공자 사당은 더는 필요 없어지고,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더욱 필요 없다.
_노신 <공자와 권력자>
덧붙임_
대한민국 40대 논어에 빠지다
신문 리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_ 201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