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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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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가난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원조를 통한 선순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해외원조 찬성파이다.

제프리 삭스는 2005년 출간한 《빈곤의 종말》에서 부유한 나라들이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95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한다면 2025년 끝날 무렵에는 빈곤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부패와 태만을 불러일으키는 원조보다는 자유 시장 시스템을 통한 동기부여가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해외원조 반대파이다. 원조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원조는 독자적인 해결책 마련을 막을 뿐 아니라 피원조국의 여러 기구를 부패로 내몰고 기반을 약화시킨다. 나아가 원조 기구가 영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가난한 나라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대안은 자유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 적절한 동기부여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가난한 나라는 외국의 기부금이나 보조금에 기대면 안된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저자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중대한 문제의 해답으로 제시되는 정보조차 확신하기(?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약 200개국의 자료를 살펴보면 원조를 많이 받은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빨리 성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원조 무용론을 입증하는 증거로 볼 수 있지만, 정반대의 논리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만약 원조가 없었다면 가난한 나라는 재앙에 직면했을지도 모르는데 원조 덕분에 그것을 피했다는 말이다. 어쨌든 무엇이 올바른 해결책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원조 사업은 대규모 투기사업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조를 해야하는가 아니면 원조를 중지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가. 저자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주장에 반대한다.

경제학 분야에서도 '빈곤의 경제학 Economics of Poverty'은 경제학의 빈곤 Poor Economics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가진 것이 적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현실에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원제가《Poor Economics》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실은 세계적인 빈곤 문제 해결 투쟁을 크게 약화시킨다. 문제를 단순화하면 해결책도 단순해진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난한 사람들을 만화속에 나오는 인물로 취급하지 말고 그들의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생활 속에는 복잡한 동시에 비옥한 자원들이 숨어 있다.

제목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로 정했다. 정말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일까? 매우 역설적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무언가를 선택할 때 부자보다도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 꼼꼼하게 행동해야 생존이 가능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두 부류의 삶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가난한 사람을 계속 가난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가족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훨씬 더 많은 기술과 의지, 노력이 필요하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적은 비용, 작은 장벽, 작은 실수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의 일상에서는 그것은 큰 문제가 되곤한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소극적)인 이유이다.

우리에게는 가난을 근절할 스위치가 없다. 이를 인정한다면 우리가 기댈 것은 시간 뿐이다. 세계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목표는 당장 내일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의 고삐를 늦추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요원해진다. 저나는 우리들이 인내심을 발휘해 한 단계, 한 단계 접근하는 것이 빈곤 문제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일 뿐 아니라, 세계를 보다 행복한 곳으로 바꿔놓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확신을 가지길 바라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성공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생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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