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합리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주류 경제학과 비교하면 비주류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은 출발부터 다르다. 기존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에 반대한다. 개인은 주어진 여건에서 항상 자신의 효용이나 기대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시장은 가격신호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균형 상태로 향하게 된다는 게 미시경제학의 기본 토대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사람의 행동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댄 애리얼리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왜 속이면서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서로 속이며 거짓말을 한다. 당신도 그렇고 나 역시 가끔(?) 그렇게 한다. 그럼에도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기회가 된다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사소한 부정행위를 한다. "부정행위를 지배하는 요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흥미로운 요인에 관해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하여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 행동경제학 관련 책이 이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처음 한두 권 읽을 때는 실험에 의한 전개 방식이 흥미롭다. 하지만 저자가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여러 권 읽으면 비슷한 유형을 가지고 설명하려 한다. 그래서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행동경제학도 진화하여 일반적인 불합리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벗어나 새로운 주제로 접근한다. 이 책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 하는 사람'이다.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는 러프에서 공을 치려 할 때 조금 움직이는 공을 봤다. 나중에도 이런 사실이 발각될 우려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벌타를 받았고 결국 경기에서 졌다. 기자가 알게 되었고 존스는 이 일을 기사로 쓰지 말라고 부탁했다. 내 행동을 칭찬한다면 그것은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거나 마찬가지 일이다. 이렇게 말했다.
보비 존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연한 정직한 행동을 언론이나 사람들은 대단하게 말한다. 이는 대부분 사람이 정직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이 자신은 정직하고 착하다고 생각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덕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어떤 선 하나를 긋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선의 위치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선까지 부도덕함을 인정해야 하는지가 더 큰 문제이다.
왜 속이면서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가. 책에서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집단에 속한 개인은 더 높은 수준의 부정행위를 저지르는데, 이는 부정행위가 자신이 좋아하고 보살피는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의 부정행위로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경우에 하는 부정행위를 이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의 복지를 신경 쓰는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환자와 친해 대하기 쉬울수록 환자에게 자기 주머니가 보다 두둑해질 수 있는 치료법을 권한다. 한편 이런 치과의사와 오래 알고 지낸 환자일수록 조언을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데 따른 장점은 분명 많다. 그러나 이런 지속적인 인간관계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려 한다. 사람에게는 나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해주는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마음만 먹으면 열 수 있는 사소한 자물쇠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들므로 도덕성에 관한 단기간의 집중 훈련이나 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업과 대학에서 행하는 윤리 교육도 많은 부분에서 이처럼 비효율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이런 결과를 좀 더 일반화하면 윤리적인 영역에서 장기적인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도전할 만한 가치는 크나큰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정직하지 않은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음의 사례가 이 책에서 원하는 것을 전부 말해준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계속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어떤 장치를 필요로 한다.
자물쇠는 정직한 사람을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하려고 달아놓은 장치일 뿐이다.
세상 사람 중 1%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또 1%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한다. 나머지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 이 삶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간다. 당신이 아무리 자물쇠로 문을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단신 집에 침입할 수 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의 침입을 막아줄 뿐이다.
사람은 자기가 감시받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대개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자제한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