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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많이 팔리는 책 반품도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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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정녕 저를 버리시나요 ······ 베스트셀러는 웁니다."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가 나왔다. 많이 팔리면 반품도 많다는 취지의 기사이다. 기사에 의하면 작년 교보문고에서 독자의 반품은 온 · 오프라인을 합쳐 약 20만 권(80억 원어치)으로, 총매출의 1.3%다. 역으로 계산하면 교보는 작년에 1,500만 ~ 1,600만 권을 판매했다. 반품률 자체가 크고 적음은 말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반품도 문제이지만 서점에 있다가 반품되는 책도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이다. 출판유통을 비롯한 많은 프렌차이즈 업종이 수수료 매장인 것이 한국 시장의 또 다른 왜곡 현상을 낳고 있다.

20만 권이 반품되어 80억 원어치라 한다. 권당 4만 원꼴이다. 평균 책 가격이 아무리 비싸다 하더라도 15,000원 정도라 여겨진다. 20만 권이 아니라 200만 권이거나 80억 원이 아니라 8억 원이면 맞다. 단순한 오타인지는 기사를 쓴 기자만이 알 것이다.

'주문 착오'나 '변심(變心)'이 반품의 8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많이 반품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출판사 대표의 "과거에는 독자 사이에서 충분히 평가전을 치르며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요즘엔 마케팅과 서점의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라는 말은 곱씹어 봐야 한다. 그는 "베스트셀러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소장 가치도 잃어가고 있다."라고 하지만, 소장가치에 의미를 두는 것은 만들거나 파는 사람의 입장이고 읽는 것으로 만족하는 독자가 많다.

황상민 교수의 베스트셀러 반품의 의미를 '한국인의 심리'에서 찾는다고 하는데 모든 것은 '한국인'이라는 심리로 분석하고자 하는 그의 방식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는 "대세를 따르고 싶어 앞다퉈 베스트셀러를 손에 넣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며 "잠시나마 소유하고 읽었다는 데 만족할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의 "베스트셀러조차 사실상 '일회용 소비재'가 된 셈이고, 시대정신은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찾아야 할 판"이라는 말에 베스트셀러 '조차'라는 말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베스트셀러가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말해준다. 물론 그것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함으로 시대정신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 많이 팔려는 책이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꼭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떤 의도로 특집 기사를 기획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반품이 많으니 반품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도된 베스트셀러의 병폐를 말하는 것인지, 반품을 일삼는 악덕소비자를 헐뜯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1.3%의 반품률이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반품을 너무 커다랗게 보도하는 의도를 알 수 없다. 반품이 많아진 것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유통업체의 방침이 그것을 더 방조하고 있다.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그 손실은 제조업체에 돌리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 반품받은 책은 고스란히 출판사의 손실이 된다.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_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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