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과 사람을 팔기 위한 자본주의 시장의 꽃, 광고! 꽃잎의 화려함 때문인지 광고계에는 유난히 스타들도 많다. 매혹적인 윙크로 중년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미모의 여배우, 일본의 '아사코' 여사가 비행기 타고 날아와 눈길 한 번 받고 싶은 꽃미남은 스타의 기본이다. 그들 말고도 프로듀서(PD), 촬영, 그래픽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일명 광고 크리에이터 중에도 스타가 많다. 이중 카피라이터는 기막힌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뇌를 파고드는 글쟁이들이다.
대한민국의 카피라이터 중 '필자가 아는 범위 안에서' 두 명의 '살아있는 전설'이 있다. 이만재와 정철, 그 두 사람이다. 물론 더 유능한 카피라이터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몹시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카피라이터들의 기발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 두 사람이 빠지는 경우를 못 봤다.
필자 역시 '카피라이터 정철'을 잘 안다. 그렇다고 학교 선후배, 업계 동료 등 오프라인에서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편들어 주는 것으로 오해는 절대 하지 마시라! 다만 필자가 일방적으로 '정철의 카피'에 감탄하기 때문에 그의 책과 글을 통해서 그의 이름과 실력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으므로 필자가 저자를 잘 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저자에 대해 0.1% 정도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의 신간을 읽다 보니 아마도 그게 더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신간 '머리를 9하라' 역시 제목부터 그의 기발함을 증명한다. 여기서 '9하라'는 요즘 잘 나가는 '가수 구하라'가 아니다. 발상전환, 언어유희의 대가가 되기 위해 머리를 가지고 놀고, 훈련시키는 아홉 가지 방법론을 '따라 해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9할' 것들은 '찾자,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 영자' 등 9 가지다. 한마디로 '생각 없이 생각하는 틀'을 과감히 깨는 방식들이다.
그런데 이 방식들은 IMF 구제금융위기 때 국민들에게 무한 희망을 주었던 책 '무지개 원리'(차동엽 지음)나 강한 의지력에 대한 연구보고서 '회복탄력성'(김주환 지음)에서 주장했던 '특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듯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이론과 딱 일치한다. 그 이론의 구체화를 위한 '발상전환 훈련전서'가 바로 '머리를 9하라'다. 최소한 크리에이터의 길을 가려는 청춘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강추(강하게 추천)한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머리를 '9'하라, 머리가 '1'한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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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을 둔 30대 여인 에마는 18년간 '세이프웨이(safeway)' 슈퍼마켓에서 일했다. 일하는 동안 보너스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뿐. 금액은 50파운드(약 9만원)였다. 그 슈퍼마켓이 문을 닫자 에마는 근처의 '웨이트로즈(waitrose)' 슈퍼마켓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계산을 하거나 선반을 정리하는 등 비슷한 일을 했지만 이곳에선 매해 보너스를 받았다. 가장 최근 받은 보너스는 2000파운드(약 350만원)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걸까? 에마는 '셰이프웨이'에서는 '노동자'였지만, '웨이트로즈'에서는 '주인'이었다. '웨이트로즈'는 영국 최대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 파트너십(JLP)이 소유한 슈퍼마켓 체인인데 JLP는 직원이 지분 100%를 소유한 종업원 소유 기업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35곳과 식료품점 272곳을 보유한 이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은 7만6500명. 이들이 모두 이 회사의 '소유주'다.
매해 회사는 재투자를 위해 이익 일부를 남긴 뒤 나머지를 직원들에게 분배하는데 매장 점원부터 회장까지 모두 똑같은 비율로 추가 이익을 나눈다. 열심히 일한 결과가 소유권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는 오늘날 경제 위기의 원인을 '소유 구조의 왜곡'에서 찾고 '대안적 소유 구조'를 소개하는 책이다. '비즈니스 윤리'를 창간해 20년간 대표를 맡은 저자는 땀 흘리는 자와 과실을 챙기는 사람, 리스크를 떠안는 사람과 그 덕에 이익을 거두는 사람이 나뉘어 버린 것이 문제라며 '살아 있는 손에 소유권을 쥐여주자'고 말한다.
책은 우선 소유의 개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소유는 사적 소유 아니면 국가 소유밖에 없다고 교육을 받아온 상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 경제를 장악한,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소유 구조를 '추출적 소유'라고 말한다. 이 소유 구조는 금전적 목적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단기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추출적' 구조 아래서 소유주는 금전적 이익에만 열을 올린다.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데는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소유주가 나쁜 이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소유주가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소유주가 현장에 없기 때문에 이 '추출적 구조'는 끝없는 성장 중독을 일으켜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가 제시하는 소유 구조는 '생성적 소유'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수렵 채취 사회의 삶을 돌이켜 보라고 말한다. 힘들여 올라간 나무에서 바나나 같은 과일 더미를 통째로 따지 않고 밑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과 나눠 먹을 만큼만 거둔다는 것이다. '삶을 영위하는 것'이 목적인 생성적 경제야말로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인류가 100만년 이상 영위해온 경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생성적 소유'는 장기적 시각으로 삶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추출적 소유 구조에서 구성원은 부재자들로 이루어져 있어 자본이 주인 노릇을 하지만 생성적 소유는 기업 활동의 기반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에 소유권이 주어진다.
책은 '생성적 경제'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생성적 경제 구조의 가장 완성된 형태로 '협동조합'을 꼽는다. 구성원들이 소유와 노동, 분배를 함께하는 협동조합은 오늘날 전 세계 조합원이 10억명에 이른다. 2008년 세계 300대 협동조합의 총매출 규모는 1조600억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9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돈다.
저자는 협동조합 형태의 사례로 앞서 제시한 JLP뿐 아니라 10여 개 기업을 소개한다. 이들은 모두 금전적 이익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맞닿은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책의 원제는 'Owning our future(우리의 미래를 소유하기)'다. 모두가 '소유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미래를 공유하는 방법이며,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저자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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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생성적 소유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히 자본을 댄 사람들만 아니라 회사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주인이 된다. 소유주는 기업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일구고 과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 |
주인이 7만명 넘지만 모두가 행복한 회사
모두가 甲인 회사도 있다
직원 모두가 갑인 회사… 소유구조 혁명해야 기업 경쟁력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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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변방을 ‘떠돌던’ 민족인 여진족이 어떻게 중국 대륙, 중원을 품는 광대한 국가를 통치하게 되었을까? <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는 쉽게 말해, 이런 질문에 답하는 학술서이다.
14세기 중엽, 몽골의 원나라가 망한 뒤 동아시아에는 명나라와 조선 국가가 들어섰지만 여진족은 두 나라의 틈바구니에서 통일된 국가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현 중국의 동북지역과 러시아 연해주를 포괄하는 광활한 지역에서 소규모 씨족·부락 단위로 분산된 채 조선과 명으로부터 ‘견제’와 ‘시달림’을 받고 있었다.
여진족은 조선 사람들이 부르던 지칭일 뿐 그 스스로는 ‘주션’이라고 칭했던 민족이다. 훗날 청 태조가 되는 누르하치가 1616년 여진족을 통합한 뒤 금(후금)을 세웠고, 그 후계자인 여덟째 아들 홍타이지(청 태종)는 1635년 내몽골 지역까지 평정한 뒤 ‘주션’이라는 명칭을 금하고 ‘만주’로 개칭했다. 홍타이지는 이듬해 만주족, 몽골족, 한족 관료가 공동으로 거행한 예식에 따라 황제 자리에 올랐다. 청제국의 시작이었다.
주션족, 곧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1644~1911)는 300년 가까이 존속하며 17~18세기 화려한 중국 문명을 꽃피웠을 뿐 아니라 현대 중국의 광대한 강역과 다민족 국가라는 성격의 밑그림을 그렸다.
중국의 청대 팔기제도 연구의 권위자인 류샤오멍(유소맹·61·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교수)이 쓴 이 책은 만주족이 씨족·부락 제도의 기반 위에서 발전중이던 14세기 후반부터 거대 국가를 건립하는 17세기 초반까지 과정을 ‘조직’과 ‘권력’이란 개념을 발판 삼아 제도사 측면에서 고찰한 책이다. 1995년 중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2001년과 2007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청대 역사 전공자인 옮긴이들의 말을 빌리면 “종래엔 별개의 사회처럼 인식되어온, 이른바 부락시대의 여진과 누르하치가 국가를 세우고 제도 체계를 갖춰나가는 시기의 여진을 통합적으로 연속선상에서 고찰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책이다.
지은이는 금의 국가체제의 근간을 이뤘던 ‘팔기’와 사회조직과 관습법 등의 제도의 원형을 300여년 전 여진 부락에서 찾아낸다. 요컨대 여진 부락 시기 여러 제도가 국가 시기 제도의 기반이 되었다. 여진, 곧 만주족이 수립한 국가는 “만주족·몽골인·한족이 팔기 체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혼합된 다민족 국가”였다.
여진족은 14세기 중반까지도 할라, 무쿤, 가샨, 구룬 같은 씨족 부락이 각기 활동하던 단계에 머물렀으나, 15세기 중기에 송화강 유역과 파저강 유역에 잇따라 ‘해서’ 여진과 ‘건주’ 여진이라는 선진적 부락연맹이 생겨나면서 부락연맹시대를 맞는다. 두 부락연맹에서는 부락에서 국가로 발전해 가는 과도기의 이중적 특징이 나타났는데, 곧 ‘가샨’과 ‘구룬’(부락)은 지연 집단이었지만 여전히 혈연적 성격도 띠었다. 이런 과도기적 이중성은 15세기 말까지 부락 관리 조직에서도 나타났다. 추장은 한 가문 내에서 선출됐으나 엄격한 부자 계승은 아니었고, 그 귀족 가문이 추장을 독점했지만 강제력이 부족했기에 추장 권력은 제한적이었다.
16세기 초부터 1582년까지 해서와 건주 여진이 대외무역을 발판 삼아 힘을 키우면서 인근 부락과 평등한 연합체가 아니라 군사정복과 강제합병에 따른 불평등한 부락연맹이 형성되고 이 부락 상층부에서 특수화된 세습귀족인 ‘한’, ‘버일러’ 같은 계층이 형성된다. 1583년 형성된 건주 부락연맹 출신의 누르하치는 군사력을 앞세워 권력을 구축한 뒤 금을 건국했다. 그는 여진 씨족 부락의 제도를 일부 개조하고 몽골식 제도를 일부 수용하여 금나라 정치기구의 기초적 형태, 곧 팔기(8구사) 조직과 의정회의를 만들었다. 청 건국 14년 전인 1622년에 수립된 ‘여덟 호쇼이 버일러’의 공동 집정제도는 과거 부락 귀족의 결정권 전통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다.
청이 영토 확장을 계속하면서 팔기는 만주족만의 조직이 아니라 다민족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청나라 때 편찬된 <팔기 만주 씨족통보>에는 ‘팔기’에 속한 1266개의 성씨가 수록돼 있는데, 그 다수는 만주족·몽골인·한족이지만, 조선의 성씨도 43개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문 사료와 만문(만주 문자) 사료가 광범하게 동원되는데, <조선왕조실록>이 <만주실록> 등과 함께 주요한 사료로 쓰이고 있다.
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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