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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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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말도 안 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니,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고 다시 읽었다. 무릎을 쳤다. 그렇지. 이게 맞는 말이지. 단지 차이는 '도'와 '이'가 '은'으로 바뀐 것뿐인데.

작은 차이다.

너무 예민하게 읽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도 아니다. 왜 이렇게 바꾸어 사용했을까? 정호승이 바꾸었나 아니면 편집장의 의도? 묻고 싶다.

작은 차이에 많은 게 달라진다. 그 차이를 모른다는 게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차이를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봄길 _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덧붙임_
의미는 다르지만 정호승의 다른 시를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난다.

미안하다 _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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