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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3년 7월 2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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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새벽 세시, 방 다섯개에 욕실은 세개이지만 그중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뿐인 저택에서 심란함에 잠까지 달아난 여주인, 웬디 웰치의 한숨으로 시작한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의 애팔래치아 산맥 한가운데 있는 탄광촌 마을인 빅스톤갭으로 이사간 뒤 부부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미쳤군요!”였다. 1903년에 지어진 덩치만 커다란 저택은 문을 열고자 당기면 문고리가 떨어지는 상태였는데 외지에서 온 부부가 그 집을 구입해 헌책방을 차린다니 주민들은 매일 혀를 찼다.

혀는 주민들만 찬 게 아니다. 지은이는 책을 시작하며, 자신들이 벌인 무모했던 일을 되돌아보며 혀를 백번도 더 찬다. 한동안 비어 있던 집에 누가 들어간 줄 알고 새벽에 들이닥친 경찰이 “왜 이 집을 샀느냐”고 묻자 지은이는 속으로 “우리가 미쳤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지은이의 속마음은 책 전체에 굵은 고딕체 글씨로 박혀 있는데 자조적인 내용에 유머가 섞여 읽을 때마다 킥킥 웃게 된다. 이 책이 지닌 여러 미덕 중 하나다.

이 저택을 구입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웬디 웰치는 매일같이 ‘독사 굴’로 출근해야 했다. 민속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자신이 꿈꾸던 직장인 미국의 한 정부 관련 기관에 취직했다. 그런데 그곳은 그가 꿈꾸던 곳이 아닌 정부 기관 내 알력 다툼의 현장일 뿐이었다. ‘물거나 물리거나’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직장을 다니며 그는 괴로웠다. “내가 좀비라면 모를까” 더는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했을 때 빅스톤갭의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부에겐 돈이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발라드 가수인 남편 잭은 “우리 더는 그렇게 살지 말자”고 용기를 주었다. 남편은 빈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갑은 비어 있었다. ‘독사 굴’ 근처에 구한 도시의 집은 경기 불황을 맞이해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덜컥 빅스톤갭의 저택을 계약하고 1층에는 헌책방, 2층에는 살림집을 차리기로 했다. 광부와 은퇴 노인들이 우글우글하고 풋볼 경기와 고등학교 동창회가 가장 큰 이벤트인, 주민 5천명이 사는 이 마을에 말이다.

지은이는 눈물나는 궁상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글솜씨로 헌책방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풀어놓는다. 돈 없이 서점 꾸미기 과정을 보자. 은행에서 200달러를 인출해 목재와 망치, 못을 샀다. 난장판인 1층 거실에 책꽂이부터 직접 설치했다. 책을 살 돈이 없으니 우선 갖고 있던 책들 중에 팔 것을 골랐다. 학자인 아내와 음악가인 남편은 꽤 많은 책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책을 선뜻 내놓기는 아쉬운 법, 부부는 서로 책을 숨기고 숨긴 책을 찾아내는 ‘생난리’를 치른 뒤에 1500권의 책을 책방에 ‘입양’ 보냈으나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는 대저택 책꽂이의 반의 반도 안 찼다. 하루하루가 책과의 전쟁, 아니 돈과의 전쟁이었다.

그렇게 빈 책장에 신기하게도 주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갖다 준 책들이 쌓여갔다. “미쳤다”고 하던 주민들도 “시간이 남아서”라며 헌책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헌책방 주인도 정신을 차리고 책 코너마다 와인을 가져다 놓거나 찻잔을 준비하며 ‘문화 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나중에는 지역 도서관과 합작해 온라인 판매 사이트까지 만들 정도가 됐다.

사업 수완도 괜찮다. 중고 서점 운영자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베스트셀러였다가 한물간, 이미 책꽂이에 주르륵 꽂혀 있는 양장본 소설책을 어찌할 것인가였다. “머리 달리는 곰탱이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지은이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름하며 ‘퀵 트레이드’. 집 뒤쪽 차고 옆, 캠프 장비나 넣어둘 만한 벽장 같은 공간에 책 교환 코너를 만들었다. 두 권 기부하고 한 권 가져가라고 했는데 책이 엄청나게 쌓였다. 5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퀵 트레이드 책을 한 권 얹어줬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부부의 헌책방은 검소하지만 구차하지는 않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내기에 이르렀다. 개점 5년이 지났을 때 사업을 확장하려면 다른 지역에 2호점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사는 것”을 택했다. 저녁 시간 불쑥 들른 동네 주민이 던지고 간 꾸러미에는 좋은 위스키와 함께 쪽지가 붙어 있다. “잭과 웬디, 당신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우리가 뭘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마을에서 제일 귀한 보물을 위해 보물 사냥 좀 해봤어요. 맛있게 드세요!” 그거면 됐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책세상

탄광촌에 차린 헌책방의 반란
탄광촌 헌책방에 놀러 오세요
작은 책방, 활력잃은 폐광촌에 생기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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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학은 끊임없이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합리적 인간이라는 대전제를 넘어 행동심리학, 사회학 등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그 새로운 시도의 첨단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과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신경과학(neuroscience) 등을 연결해 현대인들의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 이와 같이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시장경제는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는 경제학자는 드물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셔머는 풍부한 진화생물학적 지식과 심리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재정립한다. 전통 경제학만으로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저자는 시장경제가 물리학의 세계처럼 질서정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의 분석도구로 진화론을 택한 것은 경제의 진화가 생물의 진화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 선택과 현상의 주체인 인간과 지식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 관점이다. 저자는 시장경제가 생물학의 세계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경제는 정적인 환경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환경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주류 경제학적 설명방식을 완전히 거부하거나 쓸모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아 행복을 추구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취지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는 생물의 진화가 경쟁과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그 궤를 같이한다. 과거 주류 경제학이 현상을 분석하고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면 지금은 다방면의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화경제학에 따르면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런지 사회적, 도덕적인 계산을 할 필요가 없다. 진화과정이 우리를 대신해 이를 행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감정에 의해 인도되는데 가족 혹은 사회가 기피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나쁘게 느껴진다.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
마이클 셔머 지음, 박종성 옮김/한국경제신문

[經-財 북리뷰]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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