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연극에서 주인공은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아감으로써 삶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실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를 통해 해결할 때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일상에서 혁신적이며 생산적인 사고를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적은 책이다. 단순한 암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곧 한계에 부닥치므로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펫 거장 토니 플로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복잡한 기교의 곡을 시키자 잘 연주해냈지만 초보자 때 누구나 거치는 연습곡은 유치하게 연주했다. 그러나 토니는 연습곡을 아름답게 들려줬다. 거장과 재능 있는 학생 간 차이는 소박하고 단순한 곡에서 나타났다. 간단하고 기본적인 개념을 좀 더 깊이 연구하면 진정한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우선 복잡한 문제와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져야 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다가서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도전하라는 게 두 번째 요소다.
셋째는 좋은 질문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다. 옳은 질문은 아이디어를 불러오고, 보이지 않던 연결점을 보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넷째는 어떤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은 뒤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지 추측해 보라고 권한다. 추측이 틀린다면 강의 내용을 더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맞아떨어졌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보다 능숙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원한다면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어떤 것’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잘해야지’보다는 ‘다르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어떤 주제를 배울 때 규칙과 사실을 기억하기보다 기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
더 잘하기 보다는 다르게 해야 성공
[經-財 북리뷰]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
"예쁘게 방긋방긋 웃자. 무서운 얼굴을 하지 마라. 시름에 젖지 말고 항상 쾌활해라. 노동으로 고생한 남편을 옆에서 위로하고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슬리지 말고 탄식도 하지 마라."
근대 일본의 여성 잡지 '주부의 벗'(1917년 8월호)에 게재된 '주부의 노래' 일부다. 필자는 '이름 없는 모 부인'. "(주부가) 남편에게 천사가 돼야 가정은 천국이 된다"는 내용이다. 다른 잡지 '부인구락부'(1936년 3월호)에는 남성 시인이 쓴 '이상적인 아내-어느 남편의 노래'가 실렸다. "웃는 얼굴이야말로 당신의 보석이며 아름다움이다. 일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면 집에서 기다리는 당신. 그 웃는 미소는 피곤함을 치료하는 약이다."
'남자=일, 여자=가정'이라는 성(性) 역할 분업은 근대의 산물이다. '현모양처' 개념 역시 이 시대의 유산.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선택된 국가 전략의 하나였고,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유입됐다.
조선시대에도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의 덕목을 강조하긴 했지만, '현모양처'라는 어휘는 1906년 '만세보' 8월 2일자에 처음 등장한다. '여자=주부=착한 아내+현명한 어머니'라는 등식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강요된 미덕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사회과학·인문과학 연구에서 많이 축적된 내용이다.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간다.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였던 이 근대적 젠더 질서를 일부 여성은 온전히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 배경에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있었다."
일본 오사카대학 인문과학연구과 교수인 저자는 1920~30년대 부인 잡지에 그려진 근대적 여성상을 분석하면서 여성 독자가 미디어를 만나 어떻게 자발적으로 '주부'를 꿈꾸게 되는지 밝힌다. 주요 분석 대상은 1917년 창간된 대중잡지 '주부의 벗'. 도시화·산업화와 함께 증가하기 시작한 샐러리맨 가정의 주부를 겨냥한 이 잡지는 1934년 100만부를 돌파했고, 최고 전성기 때는 180만부를 기록했다.
저자는 1917년 창간호부터 쇼와 초기까지 약 20년간 '독자란'에 투고된 내용을 분석해 ①유익 ②수양 ③위안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아냈다. 먼저 '유익'. 기능적 측면이다. 잡지는 25~30%를 수예, 요리, 미용, 육아 등 실용 기사로 채웠다. 목차에는 '간단한/손쉬운' '아마추어가 할 수 있다/누구나 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이 자주 보인다. 재봉·수공예·요리·가정 의료 등 각 장르의 전문가가 등장해 주부로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전파한 것. 독자들은 "이만큼 친절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잡지는 없다"며 환호했다. 잡지가 "아마추어이면서 만능의 전문가라는 비현실적인 주부의 이념상을 선동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158쪽)
‘주부의 벗’ 표지의 미인화는 시대가 바라는 주부의 이상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①초기 1917~1920년에는 주로 기모노 차림에 머리 모양은 마루마게(묶어 올린 일본식 머리) 스타일. 연약하고 순종적인 주부 이미지. ②1922년부터는 사실적인 서양화를 표지에 차용하기 시작했다. ③1927년 6월호 그림. 볼이 통통한 건강하고 풍만한 여성상. ④1930년대에 와선 상업미술계의 미인 아이콘을 받아들인다. 갸름한 얼굴에 치아가 확실히 드러나는 요염한 미소가 돋보인다. ⑤전쟁이 본격화되는 1941년 이후엔 표지 그림도 군국(軍國)적 색채가 짙어진다. 노동과 육아에 종사하는 성실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여성으로서 바른 삶, 멋진 삶은 무엇인지 규범도 제시했다. 둘째 키워드 '수양'이다. '주부의 벗'은 전기나 실화를 통해 여성의 이상형을 칭송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실었다. 주로 남편·아들의 입신출세를 자신의 삶의 보람으로 여기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남편과 아들을 전쟁에 바치는 '군국(軍國)의 여성'상이다. 저자는 "근대 일본의 현모양처주의와 입신출세주의라는 두 개의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나타난다"고 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위안'. 잡지는 꿈의 세계이기도 했다. 주부 독자들은 화려한 삽화에 연애·섹슈얼리티 등을 버무린 연재 소설을 읽으며 '로맨틱 러브' '스위트 홈'이라는 환상을 채웠다.
1931년 9월호 기사의 제목은 '아내여 가정의 태양이 되어 매력적으로 남편을 비추고 있습니까?' "첫째 요건은 이성으로서의 매력 유지. 그러므로 양처현모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가사와 육아에 쫓겨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부는 집에 있을 때도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유의해주십시오. 오늘은 양장이었다면 내일은 기모노…."
"주부는 가정을 운영하는 능력자에 애인으로서의 매력, 성적 파트너로서의 섹슈얼리티, 정신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재치를 겸비한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이념을 주입하는 것이다. 잡지에서 주부는 '가정의 태양' '여신' '낙원의 여왕', 남편은 '수염 난 아이' '천진난만한 유치원생' '젖먹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남편을 자식처럼 생각해서 능숙하게 '조종'하는 것이 현명한 주부가 되는 요령이라고 설파하는 식. 결국 부인 잡지는 주부의 기능과 역할을 알려주는 백과전서이면서, 그것이 제공하는 환상에 의해 내면으로부터 원동력을 얻게 되는 이데올로기 장치의 역할을 했다.
역자 이은주씨는 "'여자는 가정, 남자는 일'이라는 역할 분업이 국가에 의해 '강요된 이념'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여성 스스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라며 "우리의 젠더 질서가 일본에서 유입, 형성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남녀의 역할 구분이 해체되고 있다지만 '본디 여성은 주부이어야 한다'는 사회 풍조는 여전히 뿌리 깊고, 젠더 이데올로기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그런 반전 있는 여자"라는 가사는 '주부=가정의 태양'의 21세기 버전. 근대적 젠더 질서의 형성 과정을 '미디어'를 통해 밝혀낸 학술서이지만 대중서로도 손색 없이 흥미롭게 읽힌다.
주부의 탄생 |
+
책의 향기 팀 회의시간에 이 책을 추천하는 기자가 많았다. 그러자 한 기자가 의문을 제기했다. “너무 가벼운 주제를 마니아처럼 파고든 책은 아닐까요?”
아마도 ‘깃털’ 하면 떠오르는 ‘가벼움’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의 집필에 착수한 저자의 탄식만큼 적절한 응수도 없을 것이다. “가능한 한 주제 범위가 나를 거의 압도할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깃털은 결코 한가한 주제도, 사소한 주제도 아니다.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은 그 외피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된다. 미끈거리는 양서류, 비늘로 덮인 어류나 파충류, 털이 있는 포유동물, 그리고 깃털로 덮인 조류다. 이들 네 종류의 외피 중에서 모양과 기능의 다양성에 있어서 깃털은 다른 셋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깃털은 인간이 동경해마지 않던 멋진 비행을 가능하게 해주고, 남극의 살인적 추위를 이기는 보온효과를 발휘하며, 날갯짓할 때 평소보다 7∼20배 많이 발생하는 체열도 식혀준다. 또 방수효과는 고어텍스를 능가한다. 화려함도 빼놓을 수 없다. 19세기 서양인들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은 극락조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깃털의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깃털 길이가 50cm에 이르는 기드림풍조의 뒷머리 깃털이나 바이올린 연주소리를 내는 곤봉날개마나킨의 깃털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아름다움을 훔치기 위한 인간의 깃털장식을 다룬 분량만 50쪽이 넘는다.
무엇보다도 ‘깃털의 탄생’은 진화학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새의 시조로 불리는 그 유명한 시조새의 화석은 다윈의 ‘종의 기원’(1859년)이 발표되고 2년 뒤 독일 바이에른 졸른호펜 화석층에서 발굴됐는데 영국박물관은 이를 오늘날 가치로 따지면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의 거금을 들여 매입했다. 요즘 시조새 화석의 가격이 150만 달러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옳은 투자였지만 당시 영국 박물관 이사회는 구입을 주도한 리처드 오언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오언은 다윈의 진화론 신봉자여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공룡’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당대 최고의 고생물학자로 존경 받았던 오언은 신의 손에 의해서만 종이 창조되고 변화된다는 창조론자였다. 그가 시조새 화석을 입수한 진짜 이유는 훗날 ‘생물학의 로제타석’이라 불리게 될 이 증거가 진화론자들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공룡과 새의 특징을 함께 갖춘 시조새야말로 파충류에서 조류가 진화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언은 이 화석을 감춰두고 홀로 연구를 수행하고 3개월 뒤 영국왕립학회에서 “시조새는 완전한 형태를 갖춘 새로서 최초로 알려진 사례”라며 “파충류의 특징은 우연하게 생긴 것일 뿐”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를 유야무야하려 했다. 하지만 그 강연회에 참석했던 그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토머스 헉슬리는 그 뒤 몇 년에 걸쳐 칼을 간 끝에 오언이 결코 만회할 수 없는 치명타를 가했다.
헉슬리는 졸른호펜 화석층에서 깃털만 빼면 시조새와 똑같은 작은 공룡 콤프소그나투스 롱지페스를 찾아낸 동시에 오언 연구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오언 교수는 자신의 왼발과 오른발을 분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조새 논쟁에서 진화론이 명백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과연 깃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느냐는 150년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비늘이 깃털로 변했을 것이란 가설이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996년부터 중국 랴오닝 성의 이시안 지층에서 깃털 달린 공룡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별도의 발생구조를 지닌 깃털이 처음엔 장식과 보온을 위해 생성됐다가 비행 기능까지 갖췄을 것이란 리처드 프룸 예일대 교수의 가설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현장 생물학자인 저자는 작은 새의 깃털을 직접 해체해보거나 관련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깃털에 얽힌 과학사적 에피소드도 인물 중심으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콩트를 보여주듯 흥미 진진하게 재구성한다. 다만 관련 사진이 흑백사진이다 보니 새나 깃털의 아름다움이 생생히 전달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2013년 존 버로스 메달 등 영미권 과학기술 분야 최우수 저술상을 다수 수상했다.
깃털 |
깃털은 '짝짓기' 위해 태어났다?
진화 논쟁의 몸통 흔든 깃털
지구상 가장 매혹적인 외피 깃털
+
“나는 언젠가 인간이 멸망한다면 이유는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상상’하곤 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상상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쥘 베른이 1867년 《지구에서 달까지》를 쓴 지 한 세기가 지난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발사됐다. ‘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베른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강원 강릉시 출신으로 영국의 대표적 디자인회사인 탠저린 입사 후 7년 만에 공동 대표가 된 디자이너 이돈태 씨는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사이트(통찰력)’를 넘어 이제는 ‘포어사이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포어사이트는 수치나 데이터 같은 정량적 자료뿐 아니라 경험과 직관에서 나오는 정성적 판단을 통해 미래를 상상하고 멀리 내다보는 능력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관한 책이다. 디자인을 중심에 놓고 이와 관련된 경영과 산업, 문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무릎을 탁 칠 만큼 ‘포어사이트’가 분명한 개념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앞장서 개척한 자신만의 경험, 거기서 우러나온 생각과 조언들을 담담하고 진정성 있는 어조로 풀어놓는 덕분에 책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디자이너 출신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과 기아자동차의 패밀리룩을 디자인해 브랜드가치를 높인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사장 등의 활약은 ‘디자인 경영’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아직도 디자인을 ‘대충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디자인 경영을 시작하더라도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고 성과를 수치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디자인 경영은 디자이너를 연구소 한쪽이 아니라 CEO 곁에서 직접 자문에 도움을 주는 위치에 두고 전사(全社)적인 의식 개혁을 함께할 때 가능하다.
그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에도 의문을 표한다. ‘어떤 국적’의 회사와 디자이너가 디자인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시장을 노리는 휴대폰에 한국 전통문양이나 이미지를 넣는 건 다른 문화의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는 진정한 ‘K디자인’의 힘은 한국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세계의 고객을 설득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다른 국가나 민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포용력이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처음 런던에 집을 마련할 때의 실수를 소개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정원을 유달리 사랑하는 영국인들을 보며 정원이 넓은 집을 덜컥 계약해버린 그는 이후 주말마다 정원에 매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황폐해지는 정원 탓에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자기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정원을 밭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파와 깨 등을 심고 실용적인 채소밭을 만들어 이웃의 부러움을 샀다.
저자는 “영국에서 내가 잘하는 건 ‘버티기’였고 못하는 건 ‘발상’이었다”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며, 무엇을 발전시킬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상체가 더 큰 인체 특성에 착안해 완전히 누울 수 있는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만들어낸 사례부터 주방용품 업체의 걸레 디자인까지 그가 참여하고 배웠던 프로젝트가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저자는 “비행기든 걸레든 중요한 건 얼마나 근사한 것을 디자인하는가가 아니라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중심의 사고로 디자인한 영국의 횡단보도와 택시 승강장 사례를 통해 한국 공공디자인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