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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3년 9월 4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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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도전의 선택’은 개혁이 단순한 구호나 포퓰리즘을 넘어서기 위해 역사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였던 여말선초 때의 정도전의 삶에 주목한다.

정 도전은 급진적인 개혁가였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현실 정치에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조선왕조 500년을 주도한 사대부(士大夫)였다. 사대부는 유교적 덕목을 체득해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지식인층을 이르는 말이다.

정도전은 경륜을 갖춘 사대부가 임금과 함께 정치를 펼치는 군신공치(君臣共治)를 구상했다. ‘군주의 자질은 한결같지 않다. 그래서 재상은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고 만민을 다스리며 위로는 군주와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또 군주의 잘못을 시정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군신공치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체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재상이 선 채로 소매 속에 넣어 온 문자 몇 줄 읽고 훌쩍 나가 버리는 형식주의가 아니라 왕과 재상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해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

개혁가 정도전의 정치사상을 관통한 핵심은 결국 민본주의(民本主義)였다. ‘민(民)은 지극히 약한 존재지만 폭력으로 협박해선 안 된다. 민은 어리석은 사람들이지만 꾀로 속여선 안 된다. 민심을 얻으면 민은 군주에게 복종하지만 얻지 못하면 군주를 버린다. 민이 군주에게 복종하고 버리는 데에는 털끝만큼의 차이밖에 없다.’ 이 생각이 정도전의 개혁을 구호가 아닌 현실적 대안으로 성숙하게 하는 바탕이었다.

‘털끝만큼의 차이’를 오가는 것은 오늘날 정치인의 생명 또한 마찬가지다. ‘개혁’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는 정치인들이 한 번쯤 개혁가 정도전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정도전의 선택
김진섭 지음/아이필드

급진 개혁가 정도전 ‘공신공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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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출시 이후 직원 4분의 1을 해고하면서 "너희는 B급"이라고 했다. 걸핏하면 "난 필터가 없는 사람이야"라고 했고, 납품사가 일정을 못 맞추겠다고 했을 땐 "빌어먹을 고자 녀석들"이라고 욕했다. 대체 애플 직원들은 성질 고약한 리더 밑에서 왜 견뎠을까? 연봉 때문이었을까? "천만에"라는 게 이 책의 얘기.

'애플호 선장' 잡스는 뺨만 때린 게 아니라 어를 줄도 알았다. 때때로 냉혹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기고 '감사'를 표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파티를 열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웠고, 제품에 기여한 직원에게는 반드시 보상했다. 최초의 매킨토시 컴퓨터가 조립 라인에서 굴러 나올 때는 공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빳빳한 100달러 지폐를 선물했다.

왼손잡이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불렀던 전 애플 수석 부사장이 직접 경험했던 잡스 리더십의 진면모를 들려준다. 핵심은 동기부여와 비전 제시. 그는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흥분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잡스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자!" 모험하는 해적이 획일적 조직인 해군과 달리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

잡스는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심한 압박감과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은 그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되돌아볼 때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 생각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직원들은 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또 하나,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퍼붓는 공격을 참아내면서 그의 헌신과 열정을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팀 리더를 곁에 두는 잡스의 또 다른 능력 덕분이었다".

저자는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가 부당하리만치 잡스를 부정적으로 그렸다면서 "그가 성격에 결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아이작슨은 스티브가 사람들의 잠재력을 150퍼센트까지 끌어냈다는 건 보지 못했다"고 썼다. "많은 직원이 심하게 화내는 그의 모습에 굴욕을 느꼈지만, 그 때문에 회사를 떠난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애플이 정말로 일하기에 즐거운 곳이었기 때문에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잡스 지도력을 상술한 책이지만, 때로 직역투의 번역이 덜거덕거리니 영어에 자신 있는 독자라면 아예 원서를 읽는 것도 방법이다.

왜 따르는가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흐름출판

애플 직원이 '괴팍 잡스'를 견딘 건 연봉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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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 작은 동네 클레어에는 경찰관이 9명 있다. 이들에겐 또 다른 직함이 있다. 바로 '빵집 주인'이다.

이야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관 그렉 리니어슨은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111년이나 된 동네 빵집 '클레어 시티 베이커리'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렉 같은 동네 토박이들에게 유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곳이자 심야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에게 꼭 필요한 장소였다. 게다가 가게가 문을 닫는 건 그 거리에서만 벌써 다섯 번째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경찰관들은 침통해졌으나 곧 누군가가 "다같이 베이커리를 살려보자"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돈을 모아 이 빵집을 사고 '캅스 앤드 도넛(Cops & Doughnuts)'이라고 이름을 바꾼 뒤 경찰과 관련된 재미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경찰관이 돈을 모아 동네 빵집을 살렸다는 소문이 퍼지자 언론도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가게는 성황을 이루었다.

한 가게의 성공은 그 가게만의 일이 아니다. 빵집의 성공은 그 거리의 호황을 불러왔고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데 공헌했다. 추억이 깃든 장소에 대한 투자가 그 동네 전체에 힘이 된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의 편집진인 에이미 코티즈는 "지역 투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는 망가진 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고 좀 더 공정하며 참여적인 자본주의"라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인 '로커베스팅(locavesting)'이란 '지역(local)'과 '투자(investing)'의 합성어로 작은 가게와 지역 사회를 살리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불고 있는 '바이 로컬(buy localㆍ지역 상품 구매)' '로커보어(locavoreㆍ지역산 식품만 먹는 사람)' 등의 열풍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역에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자신이 잘 아는 데 투자하는 것은 어찌 보면 투자의 기본이다. 책은 작은 기업에 투자를 해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로커베스팅을 취재하면서 손실 본 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내막을 알 수 없는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 금융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옷가게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손쉽게 진행돼왔다. 하지만 동네에 있는 음식점, 철물점 등 '중소기업'이야말로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이다. 미국에서도 중소기업은 일자리 4개 중 3개를 창출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책은 미국 기업이 2010년 한 해 동안 해외에 마련한 140만개 일자리를 그대로 미국에 들여왔다면 미국 내 실업률은 8.9%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이나 협동조합 등은 '로커베스팅'을 가속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다. 인터넷은 지역 투자에 새로운 힘과 접근성을 불어넣는다.

책은 '로커베스팅'이 새로운 경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적하면서 중소기업 투자 시 장애가 되는 규제를 푸는 등 실질적인 대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커베스팅
에이미 코티즈 지음, 홍선영 옮김/위즈덤하우스

동네 철물점 하나가 자본주의를 구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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