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삼총사라는 오스카 와일드 · 버나드 쇼 ·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영어로 글을 썼다. 그래서 이들을 영문학에 포함하는 게 상식이지만,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어느
자리에서 “우리가 보통 ‘영문학’ ‘영문학’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영문학이란 실은 아일랜드 문학”이라고 말했다. 이들 작품에
공통된 패러독스 · 아이러니 · 모순어법은 영어로 글을 써야만 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복수였다. 그들은 그런 방법으로 식민 종주국인
영국의 교양과 문학 전통을 조롱하고 전복했으며, 영어 자체를 비틀고 오염시켰다. 실로 제임스 조이스 이후 영문학은 더는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나 찰스 디킨스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 상황을 비틀즈 · 롤링스톤즈 · 애니멀즈와 같은 영국 밴드가 미국
대중음악을 집어삼켰던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에 빗댈 수 있다면, 가히 ‘아일랜드의 침공(Irish
Invasion)’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가라타니의 말은 정확하게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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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의 일제 식민통치 기간에 일어로 글을 쓰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래서 요즘도 간간이 당대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어 작품이 문예지에 발굴 · 공개되고 있다. 일제 식민 기간에 식민 종주국의 언어로 글을 썼으니 친일 작가라고
비난하기는 무척 쉽다. 이제는 그런 단순논리보다, 우리에게는 왜 아일랜드의 삼총사와 같은 작가가 없었는가를 묻는 게 더 흥미롭다.
······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35년과 800년을 단순 비교하는 게 가능한가. 하지만 (장정일의 말로는 식민 종주국 언어) 일본어로 썼기 때문이 아니라 내용이 친일을 담고 있기에 친일작가임은 분명하다.
이
글과 상관없지만,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 년 전부터 매년 10월이 되면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 고은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라며 그의 집 앞에서 취재 경쟁을 하는 꼴불견을 연출한다. 나는 아직도 고은이 후보가 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고은의
문학이 ‘한국어’로 되어있다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먼저 호응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 사는, 휴전선 너머에 있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3천만은 제외하고 중국 자치구의 조선족과 구 소련 고려인은 읽었는지 아니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번역
이전에 한글을 사용하는 이에게 먼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덧_
아일랜드의 영국 점령기를 800년이라 두리뭉실 말하는 것은 아일랜드가 아니라 영국의 처지에서 말하는 게 아닌지 조심스럽다. 아일랜드의 역사를 모르는 내가 말하기 힘들다. 처지가 이러한데 독도인지 다케시마인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그들도 가진다. 위키백과 아일랜드 설명 중 일부이다. 영국점령기가 400년일까, 800년일까.
8세기부터 11세기 초에 걸쳐 바이킹족이 침략했다. 오랜 기간 바이킹족의 공격에 시달린 후 그들의 세력이 약해질 무렵인 1172년 또다시 헨리 2세의 잉글랜드군이 침략해왔다. 수도인 더블린이 함락되면서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나 켈트족은 끈질기게 저항하여 잉글랜드세력을 서서히 몰아냈다.
1534년, 헨리 8세가 대대적인 아일랜드 침략을 감행했다. 이 침략으로 인해 아일랜드는 1937년 정식 독립될 때까지 약 400년을 잉글랜드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다. 헨리 2세의 침략으로부터 보면 아일랜드는 약 800년간을 독립을 위해 싸운, 말 그대로 저항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_2013.10.25
보고 듣고 느낀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