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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부고사이트를 위한 메모

죽음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 부고사이트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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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부고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누구를 떠올리는가. 정작 세상을 떠난 사람의 얼굴이나 삶보다 남겨진 유족의 이름과 직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인은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장인’ 정도로만 언급되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족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이다. 그래서 부고를 읽다 보면 정작 “도대체 누가 세상을 떠난 거냐?”라는 물음이 저절로 나온다.

 

“정승 개 죽은 데는 문상을 가도, 정승 죽은 데는 문상을 안 간다”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리는 형식이 얼마나 기묘하게 뒤틀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부고 역시 망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이런 구조에서 망자의 신분은 자식이나 유족의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장례식장은 애도의 공간이라기보다 관계를 확인하고 체면을 지키는 자리로 변한다. 조문객은 고인을 기리는 마음보다 산 사람을 보고 돈을 내고, 잠시 머물다 국밥을 먹는다. 부고는 고인을 기리는 장치가 아니라, 산 자가 죽음마저도 사회적 관계의 도구로 이용하는 기록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게 부고는 고인을 한 번 더 지우고, 죽은 이를 두 번 죽인다.

 

그러나 부고의 본래 의미는 달라야 한다. 부고는 고인의 삶과 흔적을 기억하는 장치여야 한다. 남겨진 유족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세상을 살다 간 한 개인의 이야기와 사랑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을 추모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이제는 새로운 부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누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고인을 추모하는 글과 기억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남겨진 사람들이 고인을 떠올리며 삶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 그렇게 고인의 이름과 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살아 있는 이들 속에서 오래도록 전해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죽음마저 산 자의 관계를 위해 소비하는 지금의 장례 문화 속에서, 고인이 주인이 되는 부고를 만드는 일은 기록을 넘어 문화의 전환을 의미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부고 사이트가 필요하다.

 

 

 

삶을 알리고 사랑을 기리는 부고사이트

신문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자연스레 지면 광고도 줄어들었고, 부고 광고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고 광고와 기사는 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을 위한 형식에 머

maggot.prhou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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