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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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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Valerie Jane Morris-Goodall), 1934년 4월 3일 ~ 2025년 10월 1일 (91세)

 


그녀는 과학자가 되기 전에 먼저 관찰자였다.  
숲의 언덕에 홀로 앉아 침팬지를 바라보던 젊은 여성, 이름도 번호도 없던 존재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 사람.  
그 순간부터 인간과 동물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

제인 구달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비서로 일하던 스물세 살의 여성이, 아프리카로 건너가 루이스 리키를 만나며 인생의 궤도가 바뀌었다.  
그녀가 곰베의 숲에서 처음 목격한 장면은 세상의 믿음을 뒤흔들었다.  
침팬지가 풀대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아먹는 모습이었다.  
인간만이 도구를 만든다고 믿던 시대, 그녀의 관찰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구달은 냉정한 과학자의 언어 대신, 따뜻한 기록을 남겼다.  
플로, 피건, 거피. 그녀는 이름을 붙였고, 감정을 기록했다.  
과학계는 그녀를 비판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세상은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본 것은 단순한 침팬지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을 느끼는 존재이었다는 것을.

연구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그녀의 시선은 더 멀리 갔다.  
숲을 잃어가는 침팬지, 밀렵에 내몰린 생명, 그리고 파괴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그녀는 더 이상 숲에 머물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말했다.  
“희망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제인 구달은 나이가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해마다 수백 번의 강연을 다니며, 아이들과 기업인, 정치인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결의가 있었다.  
종이컵 하나를 거절하며, 물 한 방울을 아껴 쓰며, 그녀는 자신의 말보다 삶으로 설득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명의 시작이다.”  
그녀가 남긴 문장 가운데, 이 한 문장은 오래 남을 것이다.

제인 구달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숲속 어딘가에서 속삭인다.  
숲을 바라보는 사람, 그 속에서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 사람.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건 학문이 아니라 마음의 감각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법,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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