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 대통령은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기계는 멈춘 적이 없다.
1961년 1월 17일, 퇴임을 사흘 앞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미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군산복합체’라는 표현을 남겼다. 군부, 군수업체, 의회, 과학·공학 집단이 서로 기대며 거대한 영향력을 형성하는 구조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 집단이 부당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권력이 재앙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이미 존재한다고 그는 말했다.
군비 확충은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노동자의 땀과 과학자의 뛰어난 두뇌, 어린이의 희망도 소모됩니다.
아이젠하워의 경고 이후 미국의 군사 예산은 세계 최대 규모로 팽창했다. 의회는 국방부 요구를 넘어서는 예산을 승인했고, 무기 산업은 정치권을 넘어 문화와 학계까지 스며들었다. 전쟁은 전장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산업이고 고용이며 지역 경제다. ‘전쟁 기계’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라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유지되었다.
존 F. 케네디는 대선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국방비는 늘어났고 베트남 주둔 미군 군사 고문단은 700명에서 1만 6천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국 개입 확대의 씨앗은 이때 뿌려졌다. 리처드 닉슨은 직접 병력 파병을 줄이는 대신 무기 판매 확대를 선택했다. 분쟁 지역에서는 현지 세력이 싸우고 미국은 무기를 공급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지미 카터는 인권을 말하며 무기 판매 축소를 약속했지만 집권 후 중동 군사 개입의 기반을 구축했다.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신속배치군을 창설했다. 오늘날 중동 미군 기지의 토대가 이때 형성되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워 대규모 군비 증강을 단행했다. 1981년 약 1,340억 달러 수준이던 국방 예산은 1980년대 중반 2,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냉전이 끝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지 H. W. 부시는 1991년 걸프전을 주도했고 첨단 무기 체계가 대규모로 사용되었다. 냉전 종식은 군사 개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빌 클린턴은 방위산업 합병을 장려했고 51개에 달하던 방산업체는 5개 수준으로 재편되었다. 군수 산업은 더욱 거대해졌고 권력은 더욱 집중되었다.
2001년 9·11 이후 조지 W.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시작되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이 개시되었다.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분은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은 장기화되었고 해외 파병은 상시화 되었다. 버락 오바마는 “어리석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아프가니스탄 병력을 증강했고 드론 공격을 확대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였지만 두 개의 전쟁을 지휘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집권 후 군사 예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지만 전쟁 구조 자체를 끝내지는 않았다. 가자지구 전쟁을 수행하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확대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했다. 군수업체와 노동자를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고 불렀다.
이들에게 미국은 절대선이었다. 미국적 가치는 늘 옳았고 미국의 제도는 우월하다고 믿었다.
“자유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수호할 역할을 부여받은 세대는 극소수였습니다. 저는 그 책임을 환영합니다.”
케네디의 취임 연설에 담긴 이 문장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드러낸다. 그 사명감은 미국을 패권 국가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전쟁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억이 작동한다. ‘뮌헨의 교훈’이다. 1938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독일의 체코 일부 점령을 묵인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독일은 체코 전체를 점령하고 폴란드를 침공했다. 이 사건은 침략에는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남았다.
미국 대통령은 “제2의 뮌헨을 만들지 않겠다”는 인식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호찌민은 히틀러가 아니었고 베트남은 미국 안보에 나치만큼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쟁의 이유를 역사적 기억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군사 예산은 지역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군수 공장은 일자리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공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안보에 약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기 어렵다. 정치와 경제가 얽히면서 전쟁은 하나의 산업이 된다. 수사는 달라지고 명분도 바뀐다. 인권, 자유, 안보, 질서, 민주주의. 그러나 군사 예산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 대통령은 평화를 말한다. 그리고 전쟁 예산에 서명한다. 아이젠하워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주의가 군산복합체를 통제하는가, 아니면 군산복합체가 민주주의를 길들이는가.
대통령은 바뀐다. 그러나 전쟁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참조: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 윌리엄 D. 하텅 · 벤 프리먼, 부키
전쟁과 대통령 (전쟁을 경험한 일곱 대통령의 결정적 순간들) - 스티븐 M. 길런, 21세기북스
전쟁 기계 - 멈출 수 있는가, 멈출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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