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쓸지는 정해졌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 작은 자존심이 그것을 못하게 가로막는다.
음...
용서라기 보다는 화해로서 편지를 써보아야 겠다.
그것이 "용서하고 사랑하라"라는 말과 통하지 않을까...
용서하세요, 사랑하세요…美 ‘사랑과 용서’ 캠페인 확산
“마치 가슴속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죠. 그러나 깨달았습니다. 그를 용서하는 것이 결국 나를 구하는 길이라는 것을….”
아짐 카미사(사진) 씨는 마침내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했다. 5년이 걸린 용서였다.
2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살인범을 찾아가 손을 잡고 “출소하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편지도 보냈다. 살인범의 형기를 줄여 달라는 청원이었다.
1995년 대학생이던 그의 아들 타리크는 샌디에이고에서 14세짜리 갱단 일원인 토니 힉스의 총을 맞고 숨졌다. 인도계 미국인인 카미사 씨는 은행가지만 이제 학교와 직장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얘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25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용서 열풍을 소개했다. 미시간의 비영리 교육단체 페처 연구소가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이 캠페인은 미국 10여 개 대도시나 영국 지역사회와 손잡고 토론, 강연, 행사를 통해 용서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캠페인이 주목받게 된 데는 미 공영방송 PBS의 3부작 다큐멘터리가 한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1부는 카미사 씨를 비롯해 9·11테러 유가족들이 테러범을 용서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캘리포니아 소노마대는 다큐멘터리 방송 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나치 전범을 용서하는 내용의 강연을 개최했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의 시민단체 ‘퍼스트 싱스 퍼스트’도 직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갈등 조정을 위해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용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캠페인 웹사이트(www.loveandforgive.org)에는 초보자를 위한 ‘용서의 편지’ 쓰는 비결도 들어 있다. 이 캠페인을 처음 주창한 미키 올리반티 페처연구소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에서 용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대테러 전쟁으로 인한 감시와 갈등의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